정부는 쌀 협상 비준안 국회 통과에 따른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오는 2007년까지 갚아야 할 농가 부채 5조9000억원을 3~5년간 만기 연장하고,농업 관련 정책금리도 1~2.5%포인트 인하키로 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쌀 협상 비준의 대가로 당초 농민단체들이 제시한 20개 요구사항 대부분을 수용했다.




특히 정부가 부담을 떠안고 농가 부채 상환을 연기해줘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명수 농림부 차관은 28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쌀협상 추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농림부는 우선 내년부터 2007년까지 일시 상환해야 할 농가 부채(상호금융 저리 대체자금) 5조9000억원의 상환을 연기하되 △원금 10%를 미리 내면 연 3% 금리로 5년 분할 상환하고 △원금을 선납하지 않는 경우에는 연 5%로 3년간 분할 상환토록 했다.


또 농업 관련 정책자금 금리를 농업인의 경우 현재 연 3~4%에서 3%,비농업인은 연 5~5.5%에서 4%로 각각 인하하고,농지 구입 자금 금리도 연 3%에서 2%로 내리기로 했다.


내년 예산에 100억원이 반영된 농지은행을 통한 경영회생 지원 사업 규모도 42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전국 22개 농민단체들이 공동으로 요구한 20개 지원 대책 중 △쌀 고정직불금 인상 △농신보 정부 출연 확대 △영·유아 양육비 지원 확대 등 16개 항을 전면 또는 부분 수용했다.


이번에 농가부채 만기 연장과 정책금리 인하를 또 받아들임에 따라 당시 20개 요구 사항 중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 사용 지원 △농기계 구입 보조 지원 등 2개를 제외한 모든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정부가 농민들의 요구를 전폭 수용함에 따라 내년에만 5663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쌀 협상 비준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를 잇따라 수용함으로써 결국 농민들에게 '떼만 쓰면 들어준다'는 나쁜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며 "특히 농가 부채의 대책 없는 상환 연기는 '농가 부채는 갚을 필요가 없다'는 모럴 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