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는 '무주끼'라는 전통악기가 있다. 줄을 퉁겨 연주하는 현악기다. 12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무주끼는 집시들이 사용하던 악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생김새는 얼핏 만돌린과 비슷하지만,아래쪽 통이 더 불룩하고 소리도 더 고음이다. 크기도 만돌린보다 작다. 부드럽지만 카랑카랑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 그리스를 지배했던 터키가 무주끼를 만들려고 했지만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아 실패했다고 한다. 아테네에서 '쇼핑 1번지'인 플라카지역의 모나스티라크 구역에 있는 '폴리도루'의 사장 드미뜨리씨는 40년 동안 무주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무주끼 전도사다. 지금 가게는 지난 197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 세공일을 하다가 형의 권유로 무주끼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형은 아테네에서 남서쪽에 있는 해안가 피레에서 악기를 제작하고,자신은 은세공을 한다고 소개했다. 무주끼는 외관이 화려한 것과 함께 8줄짜리를 6줄보다 더 고급으로 쳐준다고 한다. 8줄짜리 무주끼는 이 나라에서 유명한 음악인인 히오티스(Heotes)가 1952년 처음으로 개발했다. 자신이 연주자이기도 했던 히오티스는 무주끼를 다루는 사람을 히피족으로 보는 통념을 깨고 1985년 오케스트라와 협연까지 갖는 등 악기를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만드는 무주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8줄짜리인 데다 은세공과 나무재질 등에서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가격은 싼 것은 150유로(18만원 상당)에서 최고 4000유로(480만원)까지 다양하다. 외국인 관광객과 초보자는 주로 150~750유로 사이를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4000유로짜리 고급형은 전문음악가용인데 1년에 1~2개 파는 정도라고 한다. 무주끼는 보통 3~4일이면 만들지만,고급형은 1~2개월이나 걸린다고. 드미뜨리씨는 현재 그리스에 100여개의 전문 무주끼상점이 있으며 아테네에서는 자신을 포함,30여곳이 영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작도 모두 직접 하는 '명가(名家)'들이다. 그는 "대학생인 아들 요르고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지만,대학 졸업 후에는 내 뒤를 이어 무주끼 전문점의 명성을 지켜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