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챔피언 야망을 품고 아시아시리즈를 맹렬히 준비 중인 삼성 라이온즈와 마찬가지로 일본 챔피언 지바 롯데 마린스도 이번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사뭇 진지하다. 28일 '스포츠닛폰'은 이승엽(29)이 친정팀 삼성의 전력을 롯데 선수들에게 소개하는 '전력 분석관 겸 야수'로 아시아시리즈에 나선다고 짤막하게 전했다. 이승엽은 "내 정보로 팀에 도움이 된다면 선수단에게 전해 줄 것"이라며 31일부터 지바 마린스타디움에서 시작되는 훈련 때부터 경험과 지식을 전수해 줄 참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동빈(일본명 시게미쓰 아키오) 롯데 구단주 대행은 "그룹의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삼성전은 결코 질 수 없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사업을 펼치고 있어 이번 아시아시리즈에서의 삼성-롯데 마린스전은 양국 프로팀간의 자존심 대결 뿐만 아니라 양 그룹의 명예도 함께 걸려 있는 중요한 일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프로야구만 놓고 보면 롯데는 삼성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올해도 삼성은 롯데를 상대로 14승 4패로 절대 우세를 지켰다. 지난해에는 16승 1무 2패로 더욱 심했다. 올해까지 통산 상대전적에서도 삼성은 274승 11무 162패로 무려 100승 이상을 더 거뒀다. 한 해 맞대결을 18경기로 본다면 향후 롯데가 5년 이상을 한 번도 지지 않고 삼성을 이겨야 만회할 수 있는 승차다. 삼성 선수들은 롯데를 만나면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배영수는 2002년 이후 롯데전 14연승을 기록 중이며 전병호도 1996년 이후 올해까지 롯데전 12연승을 기록한 '킬러'들이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롯데가 삼성을 혼쭐 낸 기억이 더 생생하다. 1999년 플레이오프에서 롯데는 1승 3패의 열세를 뒤집고 외국인 선수 호세의 신들린 활약을 앞세워 삼성에 4승3패로 역전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의 유일한 만남에서도 롯데는 혼자 4승을 올린 괴력투수 최동원을 내세워 삼성을 누르고 창단 첫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과거의 기록이고 참고자료일 뿐이나 이런 점이 팬들의 야구 흥미를 배가 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형제 구단인 롯데 마린스가 아시아시리즈에서 동생을 대신해 삼성에 복수할 수 있을지, 삼성이 국적을 불문하고 '롯데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