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한 루키 이지영(20.하이마트)이 또 한명의 신데렐라 탄생을 예고했다. 이지영은 28일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 6천27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35만달러)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의 불꽃타를 터트려 단독 선두에 나섰다. 이날 9개의 버디를 쓸어담고 보기는 2개로 막아 자신의 프로 데뷔 이후 18홀 최소타(66타) 기록을 1타 줄인 이지영은 이로써 2003년 안시현(21.코오롱)에 이어 두번째 '나인브릿지 신데렐라' 탄생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올해 프로무대에 발을 디딘 이지영은 170㎝의 큰 키와 당당한 체격에서 우러나오는 장타력이 주무기. 그러나 이날 이지영을 단독 선두로 이끈 것은 정교한 아이언샷과 22개에 그친 발군의 퍼팅 감각. 10번홀에서 출발한 이지영은 12번홀(파5) 2m 버디에 이어 13번홀(파3) 7m 내리막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14번홀(파4) 2m 버디와 15번홀(파4) 5m 버디를 잡아내 신바람을 냈다. 17번홀(파3)에서 그린을 놓쳤지만 15m 거리에서 웨지로 친 두번째샷을 홀에 집어넣어 기세를 올린 이지영은 18번홀(파5)에서도 세번째샷을 핀 옆 1.5m 거리에 떨궈 가볍게 1타를 더 줄였다. 이지영은 특히 1번홀(파4)에서는 두번째샷이 짧게 떨어졌지만 13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빨려 들어가 선두를 질주했다. 2번홀(파3)에서 미스샷이 나오면서 1타를 잃은데 이어 3번홀(파5) 3퍼트로 주춤했던 이지영은 4번홀(파4) 6m 버디로 분위기를 바꾼 뒤 9번홀(파5)에서 버디를 보태 기분좋게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한국여자오픈 우승 이후 그립을 교정하느라 이후 다소 침체기를 겪었지만 한달전부터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다는 이지영은 "퍼트가 기대 이상이었다"며 "마지막날까지 최선을 다해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이지영 뿐 아니라 브리티시여자오픈 챔피언 장정(25)이 5언더파 67타를 때려 카린 코크(스웨덴)와 함께 2타차 공동2위에 올라 이 대회 '안방불패'의 전통을 이어갈 채비를 갖췄다. 보기없이 5개의 버디를 뽑아낸 장정은 우승 후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1라운드 성적으로 시즌 2번째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셈. 장정은 "바람이 부는 날에 성적이 오히려 더 좋았다"며 "드라이버샷이 잘 맞고 있어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작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코크는 이지영에 1타차까지 따라 붙었으나 18번홀(파5) 3퍼트로 공동2위로 내려 앉았으나 "한국에 오면 경기가 잘 풀릴다"고 말했다. 올해 이지영과 신인왕을 다투고 있는 박희영(18.이수건설)도 3언더파 69타로 4위에 올라 신예 돌풍에 합류했다. 이밖에 김미현(28.KTF)과 이선화(19.CJ), 그리고 홍란(18.김영주골프) 등이 2언더파 70타로 공동5위에 포진했고 문현희(22.하이마트), 송아리(18.하이마트)는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10위에 올라 '톱10'에 8명의 한국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 박지은(26.나이키골프)은 1오버파 73타로 기대에 못미쳤고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고질병인 퍼팅 난조에 발목이 잡히면서 역시 3오버파 75타로 부진, 우승 후보다운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소렌스탐은 그러나 "뒤에서 쫓는 입장이니 내일 좋은 플레이를 해야 따라잡을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며 포기하지 않겠다며 투지를 다졌다. 또 올해 LPGA 투어 신인왕을 확정지은 폴라 크리머(미국)는 1오버파 73타를 쳐 동반 플레이를 치른 소렌스탐에는 앞섰지만 우승 경쟁에 뛰어들기에는 미흡했다. 한편 선수들은 비와 바람, 그리고 이에 따른 경기 진행 차질로 6시간에 육박하는 라운드 시간 등으로 애를 먹었다. (제주=연합뉴스) 권 훈 강건택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