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27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8조9천억원 규모의 감세안과 여권의 8.31 부동산대책의 효과 등을 놓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 감세안 논란 = 한나라당은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기업과 서민의 세부담을 줄여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열린우리당은 "국가 재정을 축내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발상이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오히려 세수 확대를 주장했다. 특히 현재 국민 조세부담률 수준에 대해 양당은 정반대의 진단을 내놓는가 하면, 감세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서민들을 위한 정책", 우리당은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정반대의 주장으로 맞섰다. 한나라당 이종구(李鍾九) 의원은 "얇고 넓은 조세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한나라당 안대로 법인세를 낮추면 과세표준 1억~2억원사이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보고 소득세를 낮추면 저소득층 국민이 도움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우리 안대로 하면 과세표준 2억원인 기업의 세금은 47% 감소하고, 소득세는 과세표준 1천만원 근로자는 25%, 2천만원 근로자는 16%가 감소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병수(徐秉洙) 의원도 "한나라당의 조세정책은 택시 노동자와 장애인,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며 "경상경비와 공무원 봉급조정수당을 절감하는 것만으로 1조3천억원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최경환(崔炅煥) 의원은 "지난 7년간 실효성없이 써먹어 온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며 "정부는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이 낮아 세금을 늘릴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며, 미국, 일본, 멕시코보다도 부담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한나라당이 레이거노믹스를 염두에 두는지 모르나 우리나라는 저세율 상태에 있어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특히 한나라당 감세안의 혜택은 고소득층과 상위 대기업에만 돌아간다"고 반박했다. 전 대변인은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재정지출 정책의 의미를 알고도 감세정책을 주장한다면 무책임한 선동정치이자 경제판 색깔 공세"라고 주장했다. 홍재형(洪在馨) 의원은 "세금을 깎아준다는 공약은 국민의 환영을 받을 수밖에 없고, 세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야당의 주장은 정권을 맡겠다는 공당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특히 한나라당은 차상위 계층 최저 생계비 지원과 저소득층의 보육.교육.건강 비용 지원 등을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했고, 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기초연금 도입까지 제기한 만큼 감세안은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종걸(李鍾杰) 의원은 "한나라당의 소득세율 인하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돼 소득양극화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며, 법인세 인하안은 기업의 투자촉진 효과는 없는 대신 재정적자를 확대시키고 소득재분배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에 못미친다"며 "부자 감세가 아니라 부자 증세가 바람직하다"고 가세했다. 심 의원은 그러면서 ▲500억 이윤기업 법인세 인하 ▲소득세율 원상회복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을 주문하고, 국방비와 경상비를 대폭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우리당 정덕구(鄭德龜) 의원은 "대규모 감세안의 경우 내수 진작에 도움되기보다 오히려 저축을 늘리고, 만성적 재정 적자로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증세 역시 모처럼 움직이는 가계 부문에 큰 압박이 될 것"이라며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부동산 정책 공방 = 한나라당 의원들은 8.31대책이 "또 하나의 세금 폭탄이자 절름발이 정책"이라고 공격했고, 이에 우리당 의원들은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악용돼온 부동산을 비전을 갖고 개혁하려는 용감한 정책"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8.31대책은 부동산과 투기, 가수요, 중과세 등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중산층까지 세금 폭탄을 맞게됐다"며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와 내릴 때 정책 잣대가 다르면 국민들이 안심하고 거래를 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이어 "투기의 판단기준과 유형이 투명히 제시되면 시장도 정상을 되찾고 투기적 거래도 줄어들 것"이라며 "현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터트리겠다고 세금을 무리하게 올린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경환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공급측면과 교육 등 사회적 요인은 무시하고 세금폭탄으로 수요를 줄일 생각만 하니, 부작용과 무리수가 따르고 있다"며 "8.31대책은 세금폭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최 의원은 또 "정부의 8.31대책이 `절름발이'인 것은 대책 이후 전셋값 상승에서 알 수 있다"며 "집부자를 잡겠다는 대책이 집 없는 서민을 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당 전병헌 의원은 "역대 경제수장과 관료들은 경기가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 부동산을 잡지않고, 오히려 투기꾼과 함께 부동산을 부추겨 임시방편적 경기부양을 해왔다"며 "그런 점에서 8.31대책은 `용감한 대책"이라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경제의 암적 존재인 부동산 투기에 맞서,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8.31대책은 경제발전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