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고객만족'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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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사를 사들이기로 한 대기업 B사는 5개 로펌에 인수와 관련된 법률자문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B사의 일부 간부들은 콧대 높은 변호사들이 과연 제안서를 낼지 우려했다.
그러나 5개 로펌이 제안서를 제출한 것은 물론 프로젝터까지 동원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수임 경쟁이 치열했다.
결국 이 사건을 따낸 C로펌의 D변호사는 "다른 로펌과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23일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법률서비스의 중심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점차 옮겨지고 있다.
변호사 수가 1998년 3500여명에서 올 10월에는 7600여명으로 증가한데다 닥쳐올 법률시장 개방도 변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외국 변호사가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외국법자문사법'을 내년 중 국회에 제출,2007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로펌들의 사건수임 방식이 변하고 있다.
기업들은 소송이나 인수합병(M&A) 등을 맡길 때 로펌의 규모나 명성보다는 실력을 객관적으로 직접 평가,로펌을 선임하길 원하고 있다.
로펌들도 이 같은 기업 요구에 발맞춰 스스로 바뀌고 있다.
로펌들은 기업의 요청을 받으면 전문 분야별로 팀을 구성,사건 수임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일부 로펌의 경우 수임료를 대폭 낮춰 사건수임을 하는 탓에 제대로 된 법률 자문을 못해줘 항의를 받기도 한다.
기업이 수임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저가수임과 기업의 수임료 깎기는 법률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결국 기업에 손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이 법원에 내는 소장도 판사들이 알기쉽게 달라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특이한 소장을 접수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낸 세무 관련 행정소송 소장으로 지금껏 법원이 받아본 소장과는 양식이 판이했다.
보통 소장은 글로 길게 쓰여져 있을 뿐인데 이 소장은 도표와 그래프 등이 중간중간에 삽입됐다.
마치 기업보고서와 같은 소장을 받아본 판사도 다소 놀랐다는 후문이다.
우창록 율촌 대표변호사는 "복잡한 사건을 도표와 그래프로 설명하면 재판부가 사건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로펌도 있다.
E법무법인은 국내 굴지의 건축자재 업체인 F사와 G사로부터 에너지 절감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선진국 수준으로 건축자재 품질 기준을 높여야 한다며 관련 법 개정 추진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E법무법인은 선진국 기준과 입법 사례를 파악해 관련기관에 제출하는 등 법 개정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최영익 우일IBC대표 변호사는 "변호사업계에 불고 있는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법률소비자인 국민과 기업들에 보다 나은 법률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