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사업다각화 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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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이 탈바꿈하고 있다.
일진은 자산 규모(지난해 기준 1조1198억원)가 국내 40위권에 드는 중량급 그룹이지만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룹이다.
생산제품이 발전기 변압기 등 중전기기,광(光)통신 및 전력 케이블,디스플레이,다이아몬드 등 부품 소재 및 산업용재여서 일반 소비자와는 거리가 있는 데다 그룹의 컬러도 보수적이어서 대외적으로 잘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진그룹이 탈바꿈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다각화하고 있다. 회사 알리기에도 적극 나섰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최진용 일진전기 대표(55·일진중공업 대표 겸임)가 자리잡고 있다.
그는 연초에 일진전기 대표를 맡았다. 일진전기는 약 1조원에 이르는 그룹매출 가운데 39%인 3897억원(2004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주력기업이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조직구성원 모두를 해병대 캠프로 보내 극한상황을 극복하고 변화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일진전기는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임직원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획기적인 '변화와 성장' 과정을 맞고 있지요. 새로운 성장동력의 골자는 △매연저감장치(DPF) △공장과 인텔리전트 빌딩 엔지니어링 △원격검침 △북한송전프로젝트 등입니다." 그는 이들 각각의 사업이 일진전기의 성장속도를 바꿀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최 대표는 "경유차의 DPF를 주축으로 한 친환경사업을 몇 년 동안 준비해왔고 이제 결실을 맺을 때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DPF의 경우 2001년 연구를 시작해 올해 6월 세계적인 엔지니어링사인 독일 FEV에서 필드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9월에는 환경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복합재생방식의 DPF1종(매연저감률 70%) 장치인증을 받았다"며 "양산 준비도 거의 완료된 만큼 경유차의 배출허용기준이 더욱 강화되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난 6월 발족시킨 엔지니어링 사업부는 전력기자재와 통신시스템을 통합해 공장과 인텔리전트 빌딩 등을 설계·시공하는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전기 수도 가스 등을 패키지로 묶어 원격 검침하는 시스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품 중심의 제품을 모듈화해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전략이다.
특히 일진전기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대북송전프로젝트. 정부가 북한에 200만㎾의 전력을 공급키로 한 것은 일진전기에 큰 호재가 된다.
일진전기는 전선 변압기 초압차단기 배전반 등 전기를 보내고 분배하는 거의 모든 장비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북한 송·변전 시스템에 대한 연구작업에 착수했다.
최 대표는 "대북송전 사업은 파주에서 평양까지 약 90km 공사로 전체 사업비가 1조5000억~1조7000억원가량으로 예상되는데 1차적으로 전기업계의 경우 약 5000억원의 신규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변전 인프라는 낡았고 송·변전 시스템이 우리와 전혀 달라 설비교체시장까지 추가로 생성될 경우 시장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우량기업 인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최 대표는 "현재 여러 업체와 M&A 협상을 벌이고 있고 특정 업체의 경우 거의 성사단계"라고 귀띔했다.
최 대표는 인하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대한전선 한일전선 등을 거쳐 1993년 일진전기에 입사한 이후 2001년부터 거의 매년 승진을 거듭했다. 일진중공업의 대표를 맡았던 지난해에는 이 회사의 순익(36억4580만원)을 전년동기보다 7배나 늘려 놓았다.
그는 "일진전기는 기술과 제품,인력면에서 소리없이 노하우를 쌓아온 회사"라며 "2010년까지 일진전기만의 매출을 1조원으로 끌어올려 지멘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문혜정·사진=김영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