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국제적 압력에 못 이겨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독점 생산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슈는 18일 "다른 회사들도 타미플루를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제약사들에 라이선스(재사용특허)를 주고 로열티를 받는 형식을 모색 중이다. 로슈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최근 루마니아와 터키에 이어 그리스에서도 조류 독감 의심사례가 발견된 이후 일부 제약사들이 로슈와 협의 없이도 타미플루 생산을 강행하겠다고 나서는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슈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라이선스를 맺고 로열티를 받는 편이 유리하다. 인도 제약사 시플라는 17일 로슈에 라이선스를 요청하면서 "허가를 안해줘도 생산을 강행할것"이라고 위협했다. 외국 정부들의 공식· 비공식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대만은 18일 보건부장관 호우셩모 명의로 로슈측에 대만 자체적으로 타미플루를 제조할 수 있게 허가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상원의원 찰스 슈머가 "생산량 확대를 위해 다른 기업들과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버티기를 지속할 경우 회사 이미지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독점생산권 협상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리먼브러더스 제약담당 애널리스트인 스튜어트 애드킨스의 말을 인용,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이 2000년대 초 에이즈 치료약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고소했다가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했었다"며 "로슈는 같은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