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오식당'과 '나의 이복형제들'에서 영등포시장통 서민들의 땀 냄새나는 삶을 구성진 입담으로 풀어냈던 작가 이명랑씨(32)가 신작 장편소설 '슈거 푸시'(작가정신)를 펴냈다. 이 작품은 '억압적인 가족제도와 그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탈주에 관한 이야기'(문학평론가 장석주)다. 이를 위해 작가가 택한 것은 라틴댄스.춤을 통해 일상과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아가는 한 젊은 주부의 열망을 그렸다. 67㎏에 스물일곱살,한 아이의 엄마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주인공 소희는 어느날 백화점 할인마트에서 '쉘 위 댄스? 라틴댄스!'라는 강습전단을 발견하고 고민에 빠진다. 가부장적이고 소심한 데다 조루증까지 있는 남편과 자신을 언제나 행실이 나쁜 아이로 보면서 대학시절 애인 찬과도 헤어지게 만들었던 친정엄마의 억압을 떠올리며 소희는 6만5000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덥석 라틴댄스 수강증을 끊어 버린다. 소희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 강습생들과 함께 화려한 드레스에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라틴댄스의 세계에 빠져든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강습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소희는 서서히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화장실에 몰래 보관해 오던 옛 애인 찬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과 담배를 남편에게 들키고 심한 구타를 당한다. 모든것이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고 여긴 소희는 더 이상 댄스 강습에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강습 마지막 날 소희는 마음을 가다듬는다. 지나간 생애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다시 비상을 꿈꾼다. 제목 '슈거 푸시'(sugar push)는 라틴댄스 용어로 상대방과 손바닥을 맞댄 상태에서 팔을 쭉 뻗어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면서 몸을 밀착하는 동작을 의미한다. 장석주씨는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성(性)의 억압이 가족제도의 권위와 규율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 드러낸다는 점"이라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