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이 공과대 정원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은 '이공계 기피 현상'이 주 원인이다. 우수 학생이 법대,의대 등으로 몰리면서 공대는 외면당하고 있기때문.이는 대학들이 공대 정원은 12∼17% 줄이면서도 법대,의대 정원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들 3개 대학뿐이 아니다. 한양대는 2007학년도까지 정원 564명(전체 정원의 10.27%)을 감축하는 가운데 공대에서 228명(현 공대 정원의 11.1%)을 줄인다. 성균관대도 감축정원 400명 중 130명이 공대 정원이다. 공과대 정원 감축과 관련,정원을 줄여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자는 의견과 정원 감축이 오히려 이공계 기피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수학생 없는 공대를 줄여라" 서울대 공대 A교수는 "1990년대 공대 정원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학생들이 의·치대 등으로 몰리면서 학생 수준이 낮아졌다"며 "예전에는 학생들이 우수해 수업 수준이 높았는데 요즘엔 한 수업에서도 학생 간 학력차가 커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면 많은 학생이 이해를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는 입학생의 수능점수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대입 수능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1994년 입학생의 평균 점수가 99.3점에 달했던 A공학과는 2003년 96.03점으로 떨어졌다. I공학과의 경우 1994년 94.34점이었으나 2003년엔 78.17점으로 무려 16.17점이나 추락했다. 입시학원인 대성학원이 만든 2005학년도 수험생 배치등급표에서도 전국의 모든 의대와 한의대가 1∼4급간에 들어있다. 강원대 의대와 서남대 의대를 제외한 나머지 의대는 모두 3급간에 들어있다. 그러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3급간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마나 공대에 들어온 우수 학생들이 학부 과정에서 유학가는 사례도 많다. 이에 따라 공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도 정원 감축의 주요 이유다. 김문겸 연세대 공대 학장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정 수준으로 학생 수를 낮추자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공대 감축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선도적 역할을 해온 대학들이 공대 정원 감축에 나서면서 전국 공대에 파장이 일고 있다. 각 대학이 구조조정을 할 경우 공대가 가장 먼저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태유 서울대 교수(기술정책대학원과정)는 "학생의 질적 저하에 이어 공대 정원까지 줄이면 이공계 기피가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이공계 출신이 많아야 가치가 창출되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진다"며 "출산율이 낮아지고 인구가 고령화되는 마당에 공대 정원 감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현청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기술 변화에 따라 이공대도 변화가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우수 대학들은 사회적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 이공계 교육을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