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주한 외국기업들이 많이 있는데도 외국 회사라고 하면 헤지펀드 같은 투기세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 안타까워요." 산업자원부에서 외자유치 업무를 맡고 있는 최보선 투자진흥과 사무관의 말이다. 올초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헤지펀드와 같은 해외 투기세력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외국기업들도 '한통속'이라는 오해를 받았기 때문.수십년 전부터 한국에 뿌리내려 한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을 고용하고 이곳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해온 모범 기업들로서는 억울한 일이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외국 제조업체들이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2003년 기준)은 13.7%.전체 고용과 수출 규모에서도 각각 8.7%와 14.3%를 차지한다. 글로벌 수준의 경영기법과 노사관계를 전수하는 등 부수 효과도 만만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통하는 GE는 우리나라에서도 모범적인 외국인투자 기업의 대표 사례다. 항공엔진 발전설비 의료기기 플라스틱 등 20개 법인에서 1200명을 고용,1년에 약 1조원의 제품을 한국에서 수출한다. 조병렬 GE코리아 이사는 "이 밖에도 자동차 전자 등 한국 주력산업에 첨단소재,부품 등을 제공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크다"고 말했다. 유럽 기업 중에선 약 500만달러를 투자,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바스프와 지멘스 등이 대표적.특히 유럽 기업들은 환경경영 사회공헌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김종광 한국바스프 회장은 "공장이 위치한 여수 등지에서는 지역 시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한 달에 한 번 회사로 초청해 환경경영,사회공헌활동 등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도 한다"며 "유럽 기업들은 지역사회와의 벽을 허무는 현지화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해 산업계의 기술수준을 높이고 있는 외국기업도 많다. 주한 외국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은 1.26%.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업체 평균(1.11%)보다도 높다. 한국쓰리엠의 화성연구소,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창원연구소,노키아TMC의 마산연구소 등이 대표적.지멘스는 1억1000만달러를 투자,판교에 메디컬 R&D센터를 짓고 있다. 홀스트 카이서 지멘스코리아 사장은 "한국인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기술력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R&D센터를 짓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외국기업이 한국 내 R&D를 확대할 경우 한국의 기술수준도 올라가 기업과 국가가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