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늘려야" vs 재경부 "줄여라"...중소기업 범위 재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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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년 만에 중소기업 범위를 전면 재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등 대부분의 부처에선 중소기업 범위를 확대하자는 의견인 반면 재정경제부 세제실은 중기 지원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기 범위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재경부 세제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세제지원 대상 중소기업이 줄어드는 등 중기 정책의 큰 틀이 바뀔 수 있어 어떤 결론이 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중기청이 중심이 돼 중소기업과 관련 있는 전 부처를 대상으로 중기 범위 조정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진행하는 작업은 27개 전 중소기업 업종을 망라하는 것으로 정부가 큰 폭으로 범위 조정에 나선 것은 2000년 말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관계부처 실무자들이 참석하는 부처 간 업무 협의를 벌인 뒤 다음 달 말께 경제정책조정회의 등을 거쳐 방향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렇게 재조정된 중기 범위는 내년 초부터 바로 시행된다.
◆중소기업 범위 어떻기에
현재 중기 범위는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과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 나뉘어 규정돼 있다.
이처럼 중기 범위를 법령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창업 투자 세제지원 등 각종 혜택의 기준을 명확히하기 위해서다. 중기기본법 시행령은 중소기업을 7개로 구분,각각의 기준을 두고 있다. 기준은 종업원수 자본금 매출액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는 상시근로자 수가 300인 미만이거나 자본금 80억원 이하면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또 종합소매업체는 근로자수 300인 미만이거나 매출액 300억원 이하를 중소기업으로 규정해 지원한다.
조특법 시행령은 여기에다 매출액 1000억원의 기준(중기 졸업 기준)을 따로 두고 있다. 중기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중기로 분류되고 매출액이 1000억원에 못 미치면 최고 30%의 특별세액 공제를 받는 등 다양한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중기 범위 넓어 지원 실효성 감퇴'
재경부 세제실은 각종 혜택의 대상인 중소기업 범위가 너무 넓어 지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출이 1000억원에 육박하더라도 자본금이 80억원을 밑돌거나 종업원 수가 300명이 되지 않으면 각종 세제 지원을 받는다.
세제실은 이처럼 '무늬만 중소기업'인 중견기업이 혜택을 받아가기 때문에 '진짜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의 '파이'가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세제실은 또한 기업 구조의 왜곡 현상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고 밝히고 있다.
매출액이 1000억원에 육박하면 중기 기준인 종업원 수(300인 미만)를 맞추기 위해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분사(分社)에 나서는 기업이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르면 중기에서 제외시켜 자율적으로 시장에서 커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세제실은 우선 중기청이 중기기본법 시행령을 고쳐 중소기업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조특법 시행령 상의 중기 졸업 기준을 1000억원에서 예를 들어 500억원 등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세제실이 이 같은 견해를 표명하는 배경엔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내지 않는 세금이 1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되는 데다 IMF(국제통화기금) 등 외국 기관도 보증 등을 포함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만큼 과감한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성장 여지 넓히려면 범위 확대를'
중기청과 산자부는 경제발전 단계를 감안,중기 범위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중기 범위는 오히려 넓어지는 것이 마땅하며 중기 지원 수준도 대기업과의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높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대기업 중에선 매출 10조원 이상 기업도 상당하다"며 "중기 지정 범위를 확대해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기 범위 축소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청 관계자는 "재경부 세제실을 제외하면 중기청을 포함해 대부분의 부처가 중기 범위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재경부 세제실의 주장도 일부 일리가 있기 때문에 조특법 시행령 상의 졸업 기준을 낮추는 것은 절충에 나서 볼 만한 사안"이라며 타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