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50대 후반의 한 아버지가 결혼한 아들과의 갈등을 호소해왔다. 그는 얼마 전에 30세가 넘도록 장가갈 생각을 하지 않던 아들을 가까스로 결혼을 시켰다. 그런데 아들이 결혼한 지 1년 만에 며느리 편으로 돌아 부모의 말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게 됐다. 그러다 보니 아내의 불만도 덩달아 커졌고 집안의 분위기도 싸늘해 졌다. 아버지와 상담해 보니 아들 부부의 신혼생활까지 간섭하려드는 어머니와 권위적으로 중재하려고 나선 아버지에게 아들이 반기를 든 상황이었다. 나는 이 문제가 며느리와 아들이 아닌 아버지의 낡은 패러다임에 있다고 코치했다. 그는 나의 조언을 명절 일정 문제에 적용했다. 그는 아들 부부를 불러놓고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우리 집에서는 오랫동안 구정에 제사를 지내왔다. 하지만 너희들이 대를 이을 사람들이니 제사를 언제 지낼지,언제 무엇을 할지를 너희에게 맡기겠다. 우리는 그대로 따르마." 작년에 "신정에는 처가에 가더라도 구정 때는 우리 집에 와서 설을 보내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는 뜻밖이었는지 머뭇거리다가 방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다시 나와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가에서도 구정을 설 명절로 하기 때문에 작년처럼 설날 오후에 친정에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아버지가 우리를 먼저 배려해주시니 처가에는 설날 다음 날 가기로 했어요." 내심 설날만은 친가에 있어주기를 바란 부모의 마음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자녀들은 성숙해질수록 부모에게 성인으로 존중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자녀들은 언제나 불안한 존재다. 그러다 보니 예전 생각을 강권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갈등만 빚게 한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자녀를 믿고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