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은 까닭에 70세까지 돈벌이를 해야 그런대로 생활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1일 발표한 '고령화에 따른 고용정책'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이 일을 그만두는 나이는 남녀 각각 70세,66세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높았다. 반면 기업 등에서 공식적으로 설정한 퇴직 정년은 한국의 경우 60세에 불과해 그리스 일본 등과 함께 가장 빨랐다. 이는 우리나라 고령자들이 직장을 공식적으로 그만 둔 후에도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머물며 생계를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인이 일손을 놓고 편안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기간은 남녀 각각 11.7년,17.1년에 그쳐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았다. 이는 35년 전인 1970년(남녀 각각 9.7년,15.8년)에 비해 2년가량 늘어난 것이지만,평균수명의 연장 정도를 감안하면 현재 고령자들은 상대적으로 과거보다 더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평균 수명은 62세에서 78세로 무려 16세나 늘었다. 은퇴 후 여생을 즐길 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프랑스(21.4년)였으며 오스트리아(20.8년) 이탈리아(20.6년) 룩셈부르크(20.6년) 등의 순이었다. 일본의 남성 은퇴자는 한국보다 3년가량 긴 평균 14.8년,여성은 한국보다 5년 긴 22.0년을 쉬면서 노후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거리를 찾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데도 고령자를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는 확보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는 65세 이상 남성 중 71.2%는 자영업자였으며 임금 근로자 중에서는 임시 일용직이 대부분(80%)이었다. 전후 한국 경제를 일궈온 1930~1940년대 출생자들이 직장에서 때이르게 물러난 후 영세 자영업이나 임시직 등을 전전하며 고된 노년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OECD는 "한국의 고령자들이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은 수명 연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퇴직연령 상승 때문이 아니라 연금 등 사회 안전망 부족 때문"이라며 "연금제도가 성숙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어서까지 계속 일하는 것이 수입을 얻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