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년후를 생각한다] (3) 정부혁신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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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지난달 1일 민간 전문가 영입을 위해 대내외 공모를 벌인 2개의 개방형 직위인 국제업무정책관(1급)과 국유재산과장에 모두 내부 출신자를 임명했다.
"민간 전문가 영입을 위해 공모기간을 연장하는 등 노력했지만 적임자를 못 찾아 내부 직원을 임명했다"는 설명과 함께.하지만 정부 혁신의 일환으로 공직을 민간에 개방한다던 '개방형 공모제'는 '눈가리고 아웅'이란 지적이 곳곳에서 뒤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1년부터 '민간 전문가 수혈'을 내세워 대내외 공모를 해온 국제업무정책관에 민간인이 영입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개혁을 한다고 나선 역대 정부가 빠뜨리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정부 혁신이었지만,정부 혁신은 어제도 오늘도 계속 '과제'로만 맴돌고 있다.
정권이 아무리 바뀌고,민간 효율 도입 등을 위한 혁신이 추진되더라도 이런저런 논리와 방법을 동원해 '철밥통'을 지켜내는 관료집단의 자기보전 메커니즘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역대 정부가 혁신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전략을 세우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더 많다.
지난 2003년 출범한 현 정부만큼 '혁신'을 강조한 정권은 많지 않았지만,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성과가 무엇이냐는 반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를 필두로 많은 부처들이 조직을 '팀제(制)'로 바꾸고 직급을 파괴하는 능력위주 인사를 단행한 것은 물론 평가할 만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전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각 행정부처의 대외개방·공모직에 진입했던 민간 전문가들은 대부분 조직 내 관료주의를 버티지 못하고 민간으로 돌아갔고,그 자리는 슬그머니 공무원 출신들로 다시 채워졌다.
외부인력 수혈을 통한 자극을 외면하는 정부혁신이 평가받기 곤란한 이유다.
"중장기적 큰 비전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혁신의 좌표가 '작은 정부''큰 정부'를 왔다갔다 하다 보니 혁신이 제대로 될 리 없다"(나성린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적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
김대중 정부 말(2002년) 88만9993명까지 줄었던 공무원 수는 2004년 말 93만6387명으로 4만6000여명 늘었다.
지난 7월 말 현재 공무원 수는 91만6481명으로 외견상 줄어들었지만,철도청 공사화로 인한 3만1000명의 감소를 고려하면 실제론 작년 말에 비해 1만여명 더 늘어났다.
장·차관급 수도 김영삼 정부 때의 109명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20명 정도씩 늘어 지금은 148명으로 불어났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의 혁신은 '작은 정부'보다 능력 있는 '효율적 정부'를 지향한다.
피상적으로 정부 크기를 갖고 비판해선 안된다"(최양식 행정자치부 정부혁신본부장)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교육 치안 국방 등 공공서비스 부문의 공무원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늘어야 선진국 수준의 행정을 제공할 수 있다"며 "무턱대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행정의무의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 효율은 높아졌는가.
올초 세계은행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한국 정부의 행정 효율성은 지난 2002년 38위에서 2004년 42위로 4단계 낮아졌다.
같은 기간 중 △규제의 질은 49위에서 58위로 9단계 △부패 통제는 65위에서 78위로 13단계 △정치적 안정성은 69위에서 84위로 15단계나 떨어졌다.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교육 치안 등 서비스행정 분야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면 산업부문 등의 규제행정 부처들은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정부 효율화의 명분에도 맞고,시장의 자율과 활력을 높이는 길도 된다"고 주문했다.
지속적으로 혁신을 하되,정부도 살리고 시장도 키우는 방향성과 설득력이 분명한 혁신을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권고다.
김 교수는 "정부가 커지면 지출이 늘어 재정이 악화되고,국민 조세부담률이 올라가 성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공산이 크다"며 "대부분 선진국이 정부 혁신의 초점을 '작은 정부'에 맞추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라고 덧붙였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