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5:51
수정2006.04.03 05:52
과학엘리트를 양성해 경제발전의 기수로 삼기 위해 설립된 과학고가 당초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 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속성 코스로 이용되고 있어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학고 정원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과학고생 간 대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입시 위주의 수업이 증가,과학고의 강점인 '탐구 실험중심 수업'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83년 경기과학고를 시작으로 출발한 과학고는 올해 세워진 의정부과학고를 포함해 현재 18개교 3340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다.
내년에 울산,2008년에 서울 구로구에 과학고가 신설되는 등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추세다.
그러나 과학고 수업은 점차 내실이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내신성적에 관계없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조기졸업 후 특별입학제'다.
과학고생들은 98년 비교내신제 폐지 이후 이 제도를 통해 KAIST 포항공대 등에 입학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제도는 서류심사나 면접으로 일단 대학에 합격시킨 후 2학년까지 전 학년 교과과정을 마치고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사후에 입학을 승인하는 것.
서울과학고의 경우 올 2월 145명의 졸업자 중 102명이 조기졸업자로 KAIST에 36명,서울대 19명,연세대에 12명 등이 입학했다.
이 학교 박완규 교사는 "조기 졸업을 위해 필수과목만 압축해 이수하다 보니 실력이 다져지지 않고 실험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며 "과학인재를 신속히 배출한다는 게 조기졸업제의 취지지만 정상수업 파행의 한 원인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문호를 더 넓혀줘야 할 것이라고 서울과학고측은 주장했다.
이경운 교무부장은 "'0.5%의 과학영재가 나머지 99.5%를 먹여살린다'는 게 정부의 진정한 정책의지라면 과학고생에게 다양한 전형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특혜'로 보는 시각은 달라져야 한다"며 "과학고의 설립 목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대학에 자율적인 학생 선발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