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은 기타가와 가즈오 일본 국토교통성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 중국 일본 물류장관 협의체를 만들어 정례화하자"는 제안을 했다. 동북아 3국이 벌이고 있는 항만물동량 확보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대해 일본은 "한·중·일 물류는 국내 물류다"라는 말로 우리측 제안을 흔쾌히 수용했다. 한·일 장관 회담 이후 한·중·일 3국의 물류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 가시적인 성과가 오는 27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물류포럼이다. 한·중·일 물류포럼에 앞서 한국경제신문은 10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동북아 3국에 모두 이익이 되는 물류부문의 바람직한 협력모델이 무엇이며,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추진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 대담을 가졌다. ◆전준수 학장=한·중·일 3국이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를 넘지만 불행하게도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긴밀한 경제협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중·일이 유럽연합(EU) 수준의 결속력을 갖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우선 한·일 간 FTA 체결입니다. 현재 중국은 한·일이 아닌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 국가들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입니다. 아세안그룹의 대표적 국가인 태국의 수출품을 살펴보면 85%가 중국과 겹칩니다. 인도네시아도 83%의 수출품이 중국과 같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이들 국가와 먼저 협력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해외시장에서 출혈경쟁 등이 불가피합니다.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FTA 체결 등 협력모델을 만들기 전에는 한국과 일본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적습니다. 일단 한국과 일본이 먼저 FTA를 체결해 경제협력 모델을 구축하고,그 후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전 학장의 말에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 중국은 서비스부문의 개방 정도가 미미하고 관세 외 무역장벽도 높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도 단 시간 내 중국과 가시적인 협력모델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이 협력 파트너로서는 훨씬 낫지요. 물류부문의 협력은 한·중·일 3국 간 경제협력을 이끌기 위한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물류는 3국 간 교역을 확대하는 데 기본 인프라에 해당하는 것으로 물류 분야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다른 분야의 경제협력에도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전 학장=과거의 물류와 현재의 물류는 완전히 다릅니다. 과거에는 개발도상국이 원료를 선진국에 공급하고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완제품을 돌려주는 단순한 구도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개도국에서도 기술집약적인 공산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고,원료소싱도 한 나라가 아닌 다양한 나라에서 이뤄집니다. 그만큼 물류 패턴이 복잡해졌다는 얘기입니다. 한·중·일 3국은 수출 주도형 경제발전을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경제발전의 모습도 비슷한 패턴을 띠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경제발전 단계가 틀려 저가의 공산품부터 기술집약적 상품이 모두 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류시스템만 갖추면 이를 좀 더 낮은 비용으로 운송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후카가와 교수=광양항과 부산신항을 거점 항만으로 육성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한국의 동북아물류중심 계획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 두 항만을 잘 활용,일본과 중국 기업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일본이나 중국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이나 중국 기업이 한국의 모델을 활용해 사업을 벌였을 때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먼저 입증해야 합니다. ◆전 학장=오는 11월 중국 상하이에 신항이 문을 엽니다. 그 규모가 한국의 신항만보다 훨씬 큽니다. 앞으로 중국발 환적화물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고 이 물량에 기대기도 힘들어졌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의 항만 건설사업을 중단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물류의 개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대안이 생깁니다. 물류의 개념을 보관과 운송에 국한시키지 말고 조립,가공,부품생산,마케팅,연구개발(R&D) 등으로까지 확장해야 합니다. 최근 다국적 기업은 생산기지와 판매처를 세계 전체로 분산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 같은 기업환경의 변화에 걸맞은 맞춤형 물류서비스를 해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후카가와 교수=전 학장님의 말대로 한국이 기업 중심의 종합 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금융이나 IT 등 종합 물류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는 중국을 완전히 압도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입니다. ◆전 학장=사실은 중국이 상하이항을 키우기 전에 정부 당국자들 간의 역할분담 논의가 이뤄졌어야 합니다. EU 중앙정부가 국가별로 기능을 부여해 특성화하듯 나라별로 특성화를 통해 협력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어야 마땅합니다. 불행히도 그런 시도는 없었고 시설 투자의 상당 부분이 중복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정부 간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화물정보와 통관시스템을 통일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후카가와 교수=한국과 일본은 물류산업이 제조업 및 운수산업과 결합된 형태임에도 불구,이를 나누어 관리해 왔습니다. 관할 부서마다 정책이 다르고 사업을 위해서 받아야 하는 인증이 다릅니다. 정부가 갖고 있는 권력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물류산업을 고도화시킬 수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기업 간 협력에 더 신경써야 합니다. 한국의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들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자신의 영역 하에 관련 산업 인프라를 두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민간에서도 중복 과잉투자가 발생하는데 이 부분을 줄여야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정리=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