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조직 내에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행동들이 일관성있게 실천되면서 서서히 쌓여가는 것이다." 신뢰경영의 주창자인 미국의 로버트 레버링이 한 말이다. 이 같은 그의 경영 철학을 국내에 확산시키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사가 제정한 '훌륭한 일터상(GWP·Great Work Place)'이 올해로 4회째를 맞은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신뢰경영 수준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수상기업으로 선정된 15개 기업의 신뢰경영지수(Trust Index)가 67%를 기록한 것.이 상을 처음 제정한 2002년(54.05%)에 비해 약 13%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올해 훌륭한 일터상 대상을 받은 기업은 신한은행 한국서부발전 현대해상화재보험 KOTRA LG석유화학 등 5개사.대교 스템코 씨멘스오토모티브 야후코리아 한국피자헛 한미파슨스 해찬들 현대중공업 LG대산유화와 비공개를 원한 1개 대기업을 포함한 10개사는 우수상을 받았다. ◆신뢰 자부심 재미를 주는 회사 수상기업들은 고유가와 내수침체 등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기업의 핵심가치를 지키고 신뢰를 중시하며 고유의 조직문화를 가꿔왔다. 임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하고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재미있게 일해야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한국서부발전은 신입사원 입사식에 가족을 초청하는 한편 '퇴근길 꽃 한송이 운동''스마일업 파워업 운동' 등 다양한 '펀(Fun)경영'을 펼쳤던 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도전정신과 주인정신을 핵심으로 하는 '신한정신'을 임직원들이 되새기도록 하기 위해 사내 조직문화를 총괄하는 직원만족센터를 운영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LG석유화학은 '즉시 칭찬하기 운동'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한편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의 의전절차,지정석 등을 폐지해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펀경영,혁신활동,팀워크증진활동,학습활동,자부심 증진활동,CEO 커뮤니케이션 등 가장 많은 조직문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활동과 조직문화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최고의 고객은 직원'이라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공정성,믿음 등은 아직 부족 올해 선정된 15개 기업의 평균 신뢰경영지수는 67%.처음 상이 제정된 2002년 54.05%로 시작해 2003년 56.67%,2004년 64.39% 등 매년 수치가 높아졌다. 국내 기업들이 그만큼 신뢰경영을 회사 내부에 체화시켜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100대 기업의 평균 신뢰경영지수는 81%.아직은 국내 기업들의 신뢰경영 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포천 100대 기업의 경우 믿음 존중 공정성 자부심 재미 등 5개 영역에서 골고루 높은 수치를 나타냈지만 국내 15개 기업의 경우 자부심(77)과 재미(70) 지수가 다른 영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공정성(62)과 믿음(64) 지수는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조사 결과 국내 기업 조직문화의 구체적인 문제점으로는 회사가 원하는 바를 임직원에게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은 잘 되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피드백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경영진이 아직까지 편안한 대화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성과(결과)는 잘 인정해주지만 노력한 실수(과정)는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어떻게 선정했나 '훌륭한 일터상(GWP)'의 선정 방식은 전세계 22개국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을 따랐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많은 선진국가들에서도 동일한 모델과 선정 방법을 통해 자국 기업들의 문화 수준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수준을 글로벌 기업들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선정을 위해 사용되는 신뢰경영지수(Trust Index)와 기업문화조사(Culture Audit)는 신뢰경영의 주창자인 로버트 레버링이 개발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평가 및 인터뷰 방법도 동일한 프로세스를 준수해 객관성을 높이고 있다. 신뢰경영지수 조사는 웹(web) 설문을 통해 실시된다. 기업문화조사는 각 회사가 유지하고 있는 고유한 가치에 기반한 활동 내용을 제출받아 기준표에 따라 채점한다. 두가지 조사는 모두 점수로 환산된다. 이관응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 소장은 "훌륭한 일터를 만드는 요소는 신뢰와 자부심,재미 등 3가지"라며 "이 중 자부심과 재미는 회사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신뢰를 훌륭한 일터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제신문사와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는 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훌륭한 일터상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