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0일 발표한 `9월 소비자전망조사'는 실물지표의 호조세가 서서히 소비심리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심리는 고유가 등의 대내외 변수로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나 산업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여러가지 악재 속에서도 수출이 예상외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비자기대지수가 아직도 기준치인 100을 넘지 않아 소비심리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근의 실물지표 개선이 소비심리 회복에 계속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자기대지수 6개월만에 상승 지난 3월 102.2를 정점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던 소비자기대지수가 9월 96.7을 기록하며 6개월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소비자평가지수도 지난 4월 90.2로 고점을 찍은뒤 지속적으로 떨어져 6∼8월 동안 80선을 밑돌았으나 9월에는 81.2를 기록하며 80선을 다시 회복했다. 특히 소비지출기대지수가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웃돌고 있어 앞으로 돌발적인 변수가 없다면 소비심리 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소비자기대지수가 모든 소득계층과 연령층에서 골고루 상승세를 보인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7월 106.6에서 8월에는 102.3으로 크게 떨어져 고소득층마저 다시 소비심리가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9월에는 104.3을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300만원대 소득계층도 9월에는 100.3을 기록하며 4개월만에 기준치를 돌파했고, 200만원대 이하 소득계층의 기대지수도 일제히 상승했다. 연령대별로도 30대가 100.2로 4개월만에 기준치를 웃도는 등 모든 연령층에서 기대지수가 올랐다. ◇호전 양상은 `제한적' 소비자기대지수는 대체로 전월보다 높아졌지만 아직도 기준치 100을 넘지 못해 제한적인 수준의 상승임을 나타냈다. 기대지수 100 미만은 6개월뒤의 경기, 생활형편 등에 대해 현재보다 긍정적일 것으로 보는 가구가 부정적으로 보는 가구에 비해 적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 부문별 소비자 기대지수중 100을 넘은 것은 소비지출(105.4) 하나에 불과했고 경기 93.9, 생활형편 98.1, 내구소비재구매 89.6, 외식.오락.문화 89.8 등 다른 부문은 모두 100을 하회했다. 연령대별로도 20∼30대만 100을 넘고 소득수준별로는 300만원이상 고소득계층만 100을 상회할뿐 다른 연령층이나 소득계층은 100에 못 미쳤다. 특히 8.31대책의 여파에 따른 자산 가격 위축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다시 악화될 소지도 있다. 6개월전에 비해 현재의 자산가치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나타내는 자산평가지수는 주택 및 상가(95.2), 금융.저축(92.7), 주식 및 채권(96.8) 등 모두 100을 밑돌았으며, 특히 토지 및 임야는 99.0으로 7월 101.4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 "경기회복 지속 가능성 높아져"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은 "최근 소비경기 회복의 제약 요인이었던 소비심리가 상승세로 반전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소비심리의 상승으로 경기 회복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회복된 심리가 실질 소비로 이어지고 생산과 고용이 증대하면 경기의 선순환구조를 통해 회복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달 이후 유가 상승세가 주춤해졌고 주가지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심리 회복의 모멘텀이 있었다"며 "심리지수가 모든 계층에서 전방위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가 지적했다. 신 위원은 이어 "소비자기대지수가 기준치를 넘어서지 못해 소비심리 회복 강도에 다소 제약이 있어 속도가 느리지만 경기는 2.4분기를 저점으로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주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연초에 과도하게 올랐던 심리지수가 5월 이후 지속된 조정과정을 마무리하고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생산, 소비 등 실물지표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현영복.경수현 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