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리먼브러더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에 세무조사의 칼을 빼든 배경이 주목된다. 국세청은 일단 '정기 세무조사'라고 밝혔지만,이들 IB가 각종 영업을 통해 매년 수천억원씩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제대로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은 '혐의'를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투자은행(증권사 기준)은 모두 15개사에 달한다. 리먼브러더스를 비롯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ABN암로 CSFB JP모건 UBS 등 대부분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른바 '글로벌 플레이어'들이다. 이들 IB는 국내지점을 통해 주식 위탁매매 중개,인수·합병(M&A) 주선,수익증권 판매,주식 및 파생상품 운용(자기매매) 등 다양한 영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이 최근 5년간(2000~2004년) 챙겨간 순이익만 1조3088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국내 42개 증권사의 순이익(6991억원)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외국계는 △2000년 2275억원 △2001년 2915억원 △2002년 2494억원 △2003년 2722억원 △2004년 2682억원 등 매년 안정적으로 2000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순이익이 △2000년 -3859억원 △2001년 6323억원 △2002년 -6017억원 △2003년 1조77억원 △2004년 467억원 등 들쭉날쭉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계 IB의 주된 '돈벌이' 수단은 주식 위탁매매 중개.지난해 1조685억원의 매출 가운데 52.1%인 5563억원이 이 부문에서 발생했다. 각종 판매관리비(3145억원)와 수수료 비용(614억원)을 빼고 1804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주식거래중개의 70~80% 이상을 외국계 IB가 독식한 결과"라고 말했다. 외국계 IB들은 또 국내 M&A시장을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하면서 매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지난 2003년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내 주요 기업의 매각 주간사로 참여,400억원에 육박하는 M&A수수료를 벌어들였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지난 2003년 조흥은행을 신한지주로 매각하는 거래에 주간사로 참여,수수료로 101억원을 벌었다. 이는 2003년 이후 국내 증권사 전체가 정부지분 매각 과정에서 벌어들인 73억8000만원보다도 훨씬 많은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매각주간사로도 선정돼 각각 46억원,43억원을 벌었다. 3조43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과정에서 양측의 주간사를 맡았던 UBS와 메릴린치도 상당한 액수의 수수료 수입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