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제조업체들이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에 발목을 잡히면서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올 상반기 중 수익성이 작년 동기에 비해 반토막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등 해외경기 호전과 중국 시장의 지속적인 팽창 등으로 수출물량은 크게 늘어나 외형상 수출증가율이 올 들어서도 꾸준히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출혈 수출에 따른 '속빈 강정'이라는 얘기다. ◆수출 가격 경쟁력 1년 새 11% 뒷걸음질 한국은행은 9일 '최근의 제조업 업종별 실질실효환율 동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은 2002년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지난해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1.2%나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이처럼 하락한 것은 2003년 한 해 평균 1191원90전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에는 평균 1050원80전으로 13.4%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율 하락세는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은 올 들어 더욱 약해진 것으로 한은은 진단했다. 환율 변동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때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4.2% 떨어져 전체 공산품 중 가장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음으로는 선박(-3.6%),조립금속(-3.0%),음향·통신(-2.8%) 등의 순이었다. ◆수출 기업 채산성 급락 가격 경쟁력 약화에도 불구,수출이 외형상으로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속빈 강정'이라는 우려가 많다. 수출 증가율은 올 들어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1.2%를 기록,두자릿수를 유지했다. 특히 9월 수출액은 247억달러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하고 있다. 한은의 '2005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수출 기업들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7.1%로 작년 상반기(14.6%)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 매출액경상이익률이 11.3%로 변화가 없었던 내수기업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수출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출 확대에 주력했다는 방증이다. 정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디자인과 품질경쟁력 개선을 통해 휴대폰과 같은 고부가가치 수출품을 꾸준히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영향력 크지 않다' 지적도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간판 수출상품들은 선제적인 신기술 투자 등으로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분야 경쟁력을 확보,환율 하락이 전반적인 수출 시황에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한국 수출경쟁력의 재발견'이란 보고서에서 환율 변동이 수출 증가에 미치는 기여율이 1991∼97년 중에는 27.9%였으나 1998∼2004년 중에는 2.3%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반면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이 수출에 미치는 기여율은 같은 기간 중 34%에서 49%로 크게 확대됐다. 정재철 수석연구원은 "반도체는 경쟁업체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신속하게 신제품을 개발했고,자동차는 획기적인 품질개선과 제품 다양화로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