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국제 자금흐름과 한국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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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제 자금흐름을 보면 미국계 자금은 한국 등 신흥국의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반면,신흥국 자금들은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양분화 현상'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신흥국의 주가와 국채수익률은 경제여건에 비해 올랐으나 미국 주가는 조정 국면이 지속되고 만기가 긴 미국 국채일수록 수익률이 떨어져 이제는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미국계 자금-위험자산,신흥국 자금-안전자산'으로 대변되는 국제 자금흐름 형성에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 미국계 자금은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 등으로 수익 여건이 악화한 미국보다는 신흥국의 위험자산을 택한다.
반면 신흥국 자금은 무역흑자와 원유 등 상품판매 대금이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미국 국채와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한다.
또 미국계 자금이 미국 밖으로 나가고 신흥국 자금이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데에는 '그래도 미국 경제가 견실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면 미국계 자금이든 신흥국 자금이든 상관 없이 자국 외에 투자한 자금은 본국으로 회수해야 한다.
이 경우 국제적으로 신용경색 현상이 심화하면서 세계경제는 일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은 설령 미국 경제 둔화 우려로 모든 자금이 본국으로 회수된다 하더라도 미국 내에 투자한 신흥국 자금보다는 신흥국에 투자한 미국계 자금이 먼저 빠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만큼 미국계 자금은 기동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대변되는 글로벌 불균형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어 세계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불구,미국 경제각료들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고,국제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가장 큰 힘이다.
일종의 '불균형하의 균형'인 셈이다.
앞으로 국제 간 자금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을 글로벌 불균형보다는 미국 경제의 앞날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히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최소한 내년까지 미국 경제가 잠재 수준 이상의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국제 간 자금흐름상의 양분화 현상이 당분간 바뀔 가능성이 적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최근 한국 증시에서 문제로 떠오른 외국인 매도세는 미국 경제 둔화 우려로 미국계 자금이 본국으로 회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본격적인 이탈 현상은 아니다.
아직까지 투자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미국계 자금의 속성상 올 들어 주가 상승폭이 컸던 한국 증시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게 기대되는 일본 인도 동유럽 등으로의 '자금 이전(switching)' 성격이 짙다.
앞으로 한국 주가가 어느 정도 조정받고 경기 회복과 북핵 위험 축소로 한국 증시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 언제든지 되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3분기 어닝 시즌을 맞아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의외로 좋게 나오면 그만큼 외국인 매도 기간이 짧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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