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최대 위작 논란을 불러왔던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그림들에 대해 검찰이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중섭 유족측은 수사발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위작시비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술시장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8점 모두 위작,위작범 수사"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김헌정 부장검사)는 7일 "이 화백의 그림 39점과 박 화백의 그림 19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안목 감정과 작품 종이에 함유된 방사성 탄소량 측정 등을 거친 결과 모두 '위작'이라는 판정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안목 감정은 16명의 감정위원들이 개별적으로 그림을 본 후 그 결과를 검찰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 이 화백의 그림 2점과 박 화백의 그림 1점에 대해서는 방사성 탄소량 측정을 통해 종이의 제작연도를 측정하는 실험도 이뤄졌다. 측정 결과 박 화백의 '머리에 짐을 이고 있는 여인' 종이는 1962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 반면 그림속 서명은 1954년으로 돼 있어 위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위작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김용수 '이중섭50주기전시준비위원회' 회장으로부터 이 화백의 그림 994점과 박 화백의 그림 1746점을 압수했다. 김 회장은 이 화백의 차남 태성씨에게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그림을 기증했던 인물이며,이씨는 이 그림을 지난 3월 경매에 내놓았다가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관계자들로부터 위작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앞으로 위작범과 위작 규모 등을 밝히기 위해 추가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유족들 '편파수사' 반발 검찰 발표에 대해 이중섭 유족측과 김용수 회장측이 "편파적인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중섭 유족측을 대변하는 '이중섭예술문화진흥회'의 박수희 사무국장은 이날 "검찰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이 진행한 과학감정 절차와 과정,안목감정에 참여한 감정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박 국장은 "유족측은 일본 미국 등 제3국의 감정기관에 정밀 과학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측 대리인인 신봉철 변호사도 "오차범위가 매우 큰 탄소연대 측정방법을 통해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경매에 나온 유족측 소장품을 위작으로 판정했던 한국미술품감정협회는 "검찰이 그나마 위작 판정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유족이 소장하고 있다는 150점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미술계는 이번 검찰발표로 가뜩이나 장기불황에 빠진 미술시장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위작논란에 휘말린 이 화백의 그림을 경매에 부쳤던 ㈜서울옥션의 이호재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본의 아니게 미술계에 혼란을 끼쳤다"면서 사임했다. 고두현·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