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6일 저녁 청와대에서 정책기획위원들과 함께 한 만찬에서 까다로운 의전(儀典)에 대한 소회를 솔직히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이날 신규 위원들에 대한 위촉장 수여식에서부터 만찬장에 입장하기까지 이뤄진 의전을 짚어가며 통상 갖는 의전상 `고민'을 참석자들에게 가감없이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먼저 "위촉장을 드리면서 (위촉장을) 안돌리고 그냥 드리면 받는 사람이 기분 나쁠까, 돌려서 드리면 받는 사람이 성의를 알아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고 소개하면서 "나는 대통령으로부터 뭘 받아본 일이 없어서..."라며 그 이유를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가끔 대통령으로부터 멀리 서있는 분이 있는데 뻣뻣하게 손내밀면 대통령이 가서 숙여야 한다"며 "오늘도 그런 분이 한두분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1층에서 사진찍고 2층으로 이동할 때 `(참석자들과) 같이 가면 어떻겠느냐'고 의전비서관에게 묻곤 하는데 설명없이 대기실에서 기다렸다가 가야 한다고 해서 따라 한다"며 "대통령이 꼬치꼬치 물으면 의전비서관이 짜증나서 일을 못할까봐 한두번 얘기하고 만다"고 밝혔다. 행사장 입장시 참석자들의 태도도 거론됐다. 노 대통령은 "만찬장에 들어올 때 안일어서면 대통령이 난감할 것 같다. 대통령이 들어오는데 멀뚱하게 보고만 있으면 대통령 할 수 있겠느냐"며 반문하면서도 "그렇다고 박수치면 또 미안하기도 하고..."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문제지만 대통령도 이런 자질구레한 생각을 하고 산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의전 문제를 굳이 꺼내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이번에 정책기획위원 39명을 교체한데 대해 "기존 위원들이 잘못했다든가, 흐름을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며 "사람을 바꾸면 새로운 것이 추가된다고 해서 그랬다"며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어려운 일을 맡아줘 고맙다"고 인사한 뒤 "대통령도 그 전보다 어렵다"며 "겁도 못주고, 옛날에는 돈이든 자리든 갈라줬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고 밑천이 뻔해서 기대를 갖고 `죽기 살기로 충성하라'고 요구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