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를 그리고 싶었고, 그때마다 달라지는 사랑의 방법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제10회 부산 국제영화제에 개막작 '쓰리 타임즈'를 가지고 참석한 허우샤오셴(58ㆍ侯孝賢)이 영화제 개막에 앞서 기자들을 만났다.


대만 출신으로 1983년 '펑쿠이에서 온 소년'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감독은 98년 '비정성시'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93년에는 '희몽인생'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차지하며 거장의 자리에 올랐다.


'쓰리 타임즈'는 그의 작품으로는 부산영화제에 출품된 4번째 영화로 1911년과 1966년, 2005년 세 시기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시도한 영화인 양성 프로그램 AFA(아시아 필름 아카데미)의 교장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검정색 모자를 눌러쓰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우샤오셴 감독은 부산영화제에 대해 "누구라도 인정하듯,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고 치켜세웠으며 영화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시대를 다루고 싶었고 그 안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사랑이 시대의 영향을 받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이 영화가 칸과 토론토 등에서 상영된 것과 같은 버전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감독으로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자꾸 다시 편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부산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들려달라.


▲누구라도 다 인정하겠지만 부산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다. 특히 뉴커런츠 섹션이 새로운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AFA에는 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영화를 만드는 일보다 더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AFA가 얼마만큼 발전하는지가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AFA의 필요성을 높이 사고 있다.


--칸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부산영화제에서의 상영본이 각각 다르다는 말이 있다.


▲누가 그러는데 나를 '100번 변하는 허우(侯)'라고 하더라. 그만큼 내 영화들은 편집본이 다양하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 영화를 보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바꿀 수밖에 없다.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는 편집본은 이 중 가장 새로운 버전으로 에피소드 중 세번째 것(2005년 배경)의 이야기가 많이 추가됐다.


--영화 속의 사랑을 통해 어떤 것을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나.


▲일단 그 당시의 사회를 표현하고 싶었고, 이런 사회의 모습이 개인과 남녀의 위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시대상이 사랑의 방식을 바꿔놓는다. 시대에 따라서 어떤 사랑은 개혁과, 어떤 사랑은 정보와 관계가 있기도 하다.


--한국 배우 중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한국 영화를 많이 본 편은 아니라서 이름과 영화를 매치하지는 못할 것 같다. 최근 청룽(成龍)의 영화(신화)에 나온 한국 배우(김희선)를 봤는데 참 예쁜 배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사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만나보고 서로 얘기를 나눠본 다음에 결정할 일이다.


--각 시대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먼저 1966년은 중국에서 대혁명이 시작되던 시대다. 냉전으로 대만 사회가 폐쇄적이 됐지만 이런 사회 분위기로 젊은이들은 오히려 더 순수할 수 있었다. 1911년은 신해혁명이 있던 때로 옛 것이 새 것으로 바뀌고 중국과 대만 사이에 문인들의 교류가 많던 시기다. 한편 2005년 현대의 대만은 사회가 복잡해졌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극적인 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대만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결과다.


--영화의 첫번째 에피소드(1966년 배경)에는 감독 자신의 경험이 들어 있다고 하던데.


▲맞다. 스물한 살 군에 입대할 당시 대만에는 당구장이 유행이었다. 나 역시 편지를 교환하던 당구장 아가씨가 있었는데 휴가를 나와서 어렵게 만나게 된 적이 있다. 이후 세월이 지나서 연락을 해봤는데 그녀의 약혼자로부터 '다시 편지 보내지 마라'는 내용이 담긴 답장을 받기도 했다. (웃음)


(부산=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