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EO 되려면 이공계를 나와라.' 머지않아 이 말이 산업계에서 '공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기업 경영에서 차지하는 기술 부문의 비중이 날로 커지면서 '기술을 이해하는' 이른바 테크노 CEO(최고경영자)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계에서 만큼은 이미 이공계를 나온 테크노 CEO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면서 활동도 두드러지고 있다. CEO 하면 으레 경영학이나 경제학 전공자를 떠올리던 오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최근 655개 상장법인의 임원 1만11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공계 출신은 3376명(39.8%)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상경계열(37.7%),인문계열(12.2%),법정계열(7.0%)이 그 뒤를 이었다. 대표이사 전공에서도 이공계열은 30.6%로 상경계열(47.1%)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실제로 삼성은 테크노 CEO의 산실로 불릴 만큼 이공계 출신 경영자들을 중용하고 있다. 삼성의 사장단 가운데 이공계 출신 테크노 CEO는 40%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경우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해 이윤우 부회장,이기태 사장,권오현 사장,이상완 사장,황창규 사장 등 스타급 CEO들이 포진해 있다.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과 삼성아토피나 고홍식 사장,삼성화재 이수창 사장도 이공계 출신이다. LG도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사장급 이상 경영자 가운데 이공계 출신이 무려 50%에 달한다. LG전자엔 김쌍수 부회장을 필두로 백우현 사장,김종은 사장,우남균 사장,이희국 사장 등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LG화학의 노기호 사장과 여종기 사장,LG생명과학 양흥준 사장,LG석유화학의 박진수 사장,LG필립스LCD의 박기선 사장도 이공계를 나왔다. SK에서는 조정남 부회장을 필두로 SK케미칼 홍지호 사장,SK건설 문우행 부회장 등 핵심 경영진이 이공계 출신이다. SK그룹의 14개 주요 계열사 임원 중 이공계 출신 비율은 55%에 이른다. 현대자동차에는 김동진 부회장,김상권 부회장이 엔지니어 출신 테크노 CEO이며 현대파워텍 전천수 부회장,현대모비스 한규환 부회장 역시 이공계를 졸업했다.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과 강창오 사장도 대표적인 테크노 CEO로 손꼽힌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임병동 인젠 사장 등 중소.벤처 기업경영자도 이공계 출신이다. 노기호 LG화학 사장은 "이공계 학생들이 마케팅이나 회계 같은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쌓는다면 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