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들, 초저가 제품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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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저소득층을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초저가 상품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정보화 소외계층'으로 꼽히던 제3세계 주민 등을 타깃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들은 인터넷 검색과 e메일 전송 등이 가능한 100달러(약 10만원)짜리 노트북과 휴대폰은 물론이고 300달러짜리 개인 인터넷 통신기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구글과 야후 같은 인터넷 업체들도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빈곤층 주민들을 겨냥,전자책을 무료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IT업체들이 이처럼 저소득층을 겨냥한 초저가 상품을 내놓는 것은 이제까지 성장의 발판이 돼왔던 북미와 유럽,아시아 등 주요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정보화 격차(디지털 디바이드) 극복을 위해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심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저소득층을 잡아라
반도체 업체인 AMD는 오는 2015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50%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50×15'란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AMD는 이 계획의 하나로 인터넷 검색 기능 등을 갖춘 300달러짜리 초저가 컴퓨터 PIC(개인인터넷통신기·Personal Internet Communicator)를 생산·보급하기 위해 라디오섀크란 회사와 지난 3일 제휴를 맺었다.
이 회사는 이번 제휴를 토대로 멕시코 인도 브라질 카리브해 연안 등 IT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을 타깃으로 PIC를 중점 판매할 계획이다.
AMD의 최고혁신책임자(CIO)인 빌리 에드워즈는"허리케인 피해 지역에 PIC를 무료로 제공했으며 회사 내부 직원들도 PIC를 사겠다고 나서는 등 미국 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은 AMD 등 몇몇 기업의 지원을 받아 빈곤층 학생을 겨냥한 100달러짜리 노트북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디어랩 회장을 맡고 있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세계 최초로 PC를 개발한 앨런 케이와 함께 무료 소프트웨어와 저가 컬러 스크린 등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시제품은 오는 11월 나올 예정이다.
미디어랩은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연간 1500만대를 브라질 이집트 태국 남아공 등에 판매할 계획이다.
모토로라는 두께가 얇은 레이저폰 같은 히트제품을 초저가로 만든다는 방침 아래 올해 말까지 가격이 100달러 미만인 휴대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모토로라는 가격이 낮더라도 무선인터넷과 메시징 서비스,게임,음악 기능 등을 새 모델에 모두 장착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야후와 구글은 도서관과 제휴를 맺고 도서관 자료를 전자책으로 만들어 무료로 서비스하는 방안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이미 준비작업에 들어갔으며 야후는 최근 캘리포니아대 도서관이 보유한 문학 서적 중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난 1만8000권을 PDF파일로 만들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성장동력 기대
IT업체들은 정보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수십억명의 저소득층 시장이 앞으로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선진국에서는 컴퓨터 소트프웨어 전자산업 등이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성장이 정체된 상태"라며 "정보화 불모지에 살고 있는 수십억명의 거대 고객을 선점할 경우 미래의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멕시코 출신인 AMD의 헥터 루이즈 사장은 "50×15계획은 결코 제3세계 주민을 위한 자선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을 위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CK프라할라드 교수는 "아직까지 수십억명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초저가 상품을 개발해 이 시장을 잘 공략하면 연간 13조달러 규모의 새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