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기지표들이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채권딜러와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자동차 산업을 보면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올 들어 자동차 업황에 따라 주요 경기관련 지표들이 '회복'과 '정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동차 업황과 경기지표 간 상관관계가 그만큼 높아진 것.자동차는 실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내구재여서 판매 동향에 따라 소비 심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회복세 자동차가 좌우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증가율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나,내수지표들이 꾸준히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자동차 산업이 미친 영향이 컸던 결과로 나타났다. 산업 생산 증가율은 지난 7월 7.0%까지 상승,경기회복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자동차 생산 증가율이 20.8%에 달한 게 산업 생산 활동 호조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8월에는 산업 생산 증가율이 5.5%로 뚝 떨어졌다. 소비재 판매 추이를 보면 '자동차의 힘'은 더욱 뚜렷해진다. 8월 중 소비재 판매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0%로 3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승용차 내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4.8%나 증가한 게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반면 승용차 내수 판매 증가율이 ―7.8%였던 지난해에는 소비재 판매증가율도 ―0.3%를 기록했다. 수출의 경우 지난달 자동차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억달러 정도 감소했지만 월간 전체 수출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자동차의 영향력은 다소 약화되는 모습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 들어 신차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승용차 판매가 크게 늘어 전체 민간소비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소비 비중 높아 자동차 산업에 따라 경기지표들이 이처럼 엇갈리는 것은 그만큼 자동차 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부품 포함)이 전체 산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로 반도체와 휴대폰 등을 포함하는 전기·전자 산업(14.8%) 다음으로 높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은 산업연관효과가 전기·전자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에 비해서도 커 자동차 산업이 전체 생산에 미치는 실제 파급효과는 훨씬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생산이 증가하면 자동차에 들어가는 철강,고무,플라스틱,전장품 등의 생산도 덩달아 늘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재 판매에서도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4% 정도로 단일 품목으로는 그 비중이 가장 높다. 자동차 등에 쓰이는 연료판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15.5%나 된다.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전체 설비투자에서 운송장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인데 이 중 대부분을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자동차 구매가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움직임에 따라 경기 지표들이 엇갈리면서 통계 작성시에도 자동차 산업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