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이틀째이자 연휴 첫날인 2일 청계천에는 아침 일찍부터 시민들이 몰려 나오기 시작해 온종일 시장터를 방불케 할 만큼 크게 붐볐다. 특히 청계천 시점부인 청계광장 주변은 정오를 넘기면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 발길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혼잡해졌고, 한 때 경찰이 긴급 출동해 질서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또 청계천 곳곳의 징검다리와 인도가 설치된 다리 양쪽에는 건너편으로 넘어가려는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 장시간 기다리는 불편을 겪었다. 이날 청계천에는 오후 3시 현재 25만여명이 나온 것으로 서울시는 추정했다. 이처럼 엄청난 인파가 몰리자 이명박 시장은 오후 6시께 청계광장 부근에 나가 현장 점검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도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오전 시간대와 하류 구간을 이용하도록 당부하는 안내문을 청계천 곳곳에 게시했다. 하지만 오전에 서둘러 나온 사람들은 상쾌한 바람과 시원한 물소리가 어우러진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비교적 여유있게 `도심속 자연'을 즐겼다. 어린이들은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맑은 물과 그 위에 놓인 징검다리가 신기한지 조심 조심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에 손을 담가 보기도 했다. 아들과 함께 나온 김석직(43)씨는 "청계천-한강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아내를 응 원하러 왔다가 청계천을 보려고 들렀다"면서 "어릴 때 시골에서 개천을 보며 자랐는 데, 청계천은 현대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옛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 같다"고 말 했다. 모전교와 광통교 사이 청계천 양쪽 산책로에는 화려하고 다양한 모양의 꽃꽂이 작품 100여 점 전시돼 오가는 시민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옛 시골 정취를 느껴 보려는듯 고령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1950년대 인근 낙원동에 살았다는 신건식(75) 할아버지는 "복원된 청계천을 보 기 위해 새벽에 대전에서 아내와 함께 올라왔다"면서 "옛날 청계천은 초라했는데 이 렇게 아름답게 복원된 것을 보니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계광장 인근 폭포와 모전교 등에는 청계천의 싱그러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디카족'들이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댔다. 모전교 아래서 아들의 사진을 찍던 곽봉석(38)씨는 "평소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아이가 도심에 흐르는 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청계천을 쭉 둘러보면서 아름다 운 풍경을 많이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나와 천천히 조깅을 하거나 속보로 산책로를 걸으며 운 동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오전 9시께는 서울광장부터 청계천, 중랑천, 한강을 거쳐 여의도까지 달리는 ` 청계천-한강마라톤대회'가 열려 참가자 1만여명이 서울광장과 시청 옆 무교로를 가 득 메웠다. 아들, 부인과 함께 온가족이 참가한다는 허남헌(44)씨는 "가족과 함께 청계천 구경을 하면서 뛸 예정"이라며 "도심에서 뛸 기회가 많지 않아 참가했는데 기록은 신경쓰지 않고 즐기면서 뛸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 중 일부는 청계천과 맞닿은 도로변을 통과할 때 청계천을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는 등 이날 마라톤은 경주라기보다 `달기기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이밖에 청계천과 도심 일원에서는 조선조 과거 재현행사(경복궁), 국악한마당과 궁중의상 패션쇼(서울광장) ,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 콘서트(세종문화회관)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온종일 이어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