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콘크리트로 덮인 이후 47년 만에 복원된 청계천이 1일 오전 시민들에게 처음 공식 개방되자 수많은 시민들이 청계천으로 몰려들었다. 이날 저녁 때 열릴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 때문에 오전에는 삼일교 구간부터 청계천 산책로가 개방됐지만 몰려든 인파로 5.8㎞에 이르는 복원 구간 양쪽이 가득찼다. 특히 청계광장과 가까운 상류 구간에서는 산책로가 좁아 사람들이 일렬로 줄지어 다녀야 할 정도였으며, 삼일교, 수표교, 나래교 등 다리 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청계천을 구경했다. 시민 이인원(57)씨는 "수십년 간 하늘을 덮었던 청계고가를 헐고 도심 한복판에하천이 생기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아침 일찍 청계천변에 나왔는데 밤까지 머무르며 야경을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낮 12시 현재 청계천에 나온 시민의 수가 2만명에 달할 추산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 많아 개통 첫날 청계천에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특히 많이 나왔다. 주 5일제로 3일 개천절까지 사흘 연휴를 갖게 된 시민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청계천변을 거니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고 특히 징검다리를 오가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또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족과 함께 나와 복개 전 청계천 모습을 회상하기도 했다. 시민 김혜자(30.여)씨는 "청계천 인근에 사무실이 있어 아이를 꼭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면서 "어릴 적 내가 자란 시골의 정취를 아이가 느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 인솔하에 학생들 단체견학 이날 청계천 곳곳에서는 선생님과 함께 단체 견학을 나와 10여명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유적답사반 학생들을 데리고 나온 박영주(48.여)씨는 "도시에서만 살아 하천이나 풀 등 자연을 느끼지 못한 학생들에게 도심 속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학생들을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중학생인 신현선(12)양은 "평소에 보지 못한 시냇물을 보니 신기하고 징검다리 를 건너는 것도 재미있다"며 "서울시내에서 이런 것을 즐길 수 있다는게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산 대신 도심 속 하천으로 주말에 서울 인근의 산으로 향했던 등산객들도 이날은 도심 속 생태하천인청계천을 찾아왔다. 등산복 차림에 등산화를 신고 배낭까지 멘 중년의 시민들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수 킬로미터 구간을 운동삼아 천천히 걸어가기도 했다. 특히 산악회나 동호회에서 단체로 나온 등산객 복장의 사람들이 하천 주변을 무리지어 가는 이색적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교회 산악회에서 나왔다는 허남(69)씨는 "토요일마다 근교 산에 가는데 오늘은 청계천으로 발길을 돌렸다"며 "자연 상태로 복원된 청계천이 수변 식물과 어우러지니 산속 못지않게 자연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시 "비 와서 가슴 졸여" 청계천 개방 전날인 9월 30일 오전부터 서울시 전역에 굵은 비가 쏟아지자 서울시 관계 공무원들은 밤새 애를 태우며 가슴을 졸였다. 성동구 마장동 시설관리공단 8층의 청계천 종합상황실에서는 청계천변에 설치된 16대의 고성능 폐쇄회로(CC) TV 화면을 밤새 지켜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1일 오전부터 날이 개 서울시 공무원들은 저녁 때 열릴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 준비에 전념할 수 있었다. 청계천 복원의 주역인 장석효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은 "지난 27개월 간 하루도 빠짐없이 청계천을 오가면서 공사 현황을 점검했는데 개방하는 날 비가 와 애를 약간 태웠다"며 "다행히 날씨도 좋아지고 청계천변에 나온 시민들도 너무 좋아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김정은 기자 ssah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