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의 경제기사 돈되게 읽기] 예산안은 미래경제의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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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분기가 되면 다음 해 정부 예산이 세간의 화두가 된다.
절대 규모가 적정한지,재원 조달이 가능한지에 대해 어느 해를 막론하고 논란이 많다.
지난주에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다.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으로 예산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개인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예산 사용의 방향이다.
예산이 장기적으로 어느 분야에서 사용되는 가는 향후 경제의 모습과 돈의 흐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예산
내년 예산안은 실질 성장률 5%를 가정해서 짜였다.
올해 성장률이 4%에 채 미치지 못할 전망인 상황에서 내년 예산은 낙관적 전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이는 선진국 경기의 상승 전환과 유가 안정,그리고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예산 규모의 적정성은 내년 경제 환경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경기가 예상보다 나쁠 경우에는 추가적인 국채 발행으로 금리 상승 요인이 될 수 있고,반대로 예상보다 좋을 경우에는 국가 채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예산안의 절대 규모는 정부가 아닌 시장,즉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고 판단해야 한다.
◆예산은 사회의 진행 방향을 결정
예산안은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행정부와 집권당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예산의 배분 순위와 절대 규모를 정한 뒤 국회에서 승인받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예산안에는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모든 것이 함축돼 있기 때문에 예산안을 꼼꼼히 살펴보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예산의 절대 규모는 경기에 기초해서 결정되지만 예산의 사용 과정에서 어떤 분야에 얼마의 예산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의 세부적인 모습이 변화한다.
예산이 많이 투여되는 분야의 성장은 당연하기 때문에 산업구조나 기업의 투자 결정 등에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 자산가격도 변동시킨다.
특히 올 예산안에서는 향후 4년간의 예산 집행 방향도 함께 발표됐는데 장기적인 예산 집행 계획은 그 자체로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준다.
예산 비중이 2009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분야는 사회복지,교육,국방,수송·교통,수자원 등이다.
이들 산업은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한 취약한 분야임을 예산 편성자나 정치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문화·관광이나 농림,해양,수산은 점차 투자 감소가 이어질 것임이 예고됐다.
◆업종별·기업별 영향력을 고려해야
중요한 것은 현재 예산의 절대 규모보다는 연 평균 증가율이다.
왜냐하면 예산의 절대 규모가 지금도 많은 분야들은 이미 예산 사용을 둘러싼 관련 시장이 충분히 형성돼 있기 때문에 해당 산업은 포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수송·교통,수자원 분야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어느 정도 완료돼 현재 18조3000억원의 예산에서 4년 후에는 19조원으로,불과 9000억원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이런 분야의 기업들은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질 공산이 있다.
반면 사회복지·보건 분야는 현재도 약 50조원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데,4년 후에는 무려 70조원의 예산이 계획돼 있다.
사회 복지나 건강·의료와 같이 선진국에 비해 현격히 취약한 분야에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입될 전망이기 때문에 관련 산업은 장기간 호황을 누릴 수 있다.
향후 세계적 차원의 공급 과잉과 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소비의 주체'로서 예산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커질 전망이다.
일자리 창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경우 성패 여부를 떠나 내수 회복에는 분명히 도움을 준다.
공공보건·의료 지원 혜택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제약 산업이나 실버산업의 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고,계획대로 재생에너지 개발에 4000억원 이상 지원한다면 대체에너지 산업도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장기 예산계획에 '블루오션'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블루오션 전략은 경쟁자 없이 성장산업에서 독점의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인 현재 상황에서 블루오션은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회적 요구와 권력이 동시에 성장을 추구하는 분야를 선점한다면 블루오션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예산은 경제의 방향성과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창이다.
이를 사전적으로 반영해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제약업종이 연간 저점 대비 70%나 올랐으며,대체에너지 관련 주도 큰 인기를 끌었다.
저성장,저투자,저금리가 구조화된 21세기에 무려 221조원이라는 예산 지출의 방향을 무시하고서는 경제나 돈의 흐름을 알 수 없다.
경제의 주도권이 권력과 돈을 가진 자에서 돈을 쓰는 자로 옮겨진 지 꽤 오래된 느낌이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