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의사가 정식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소외 계층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주고 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유덕기 내과'의 유덕기 원장(48)이 그 주인공.


유 원장이 '미용계'에 진출하게 된 것은 2001년 강화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칠 때 같이 봉사활동을 하던 미용사가 주민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는 모습에서 묘한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용사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척척 머리를 다듬어 주니까 주민들이 진료받은 것보다 훨씬 행복해하더라고요."


의료봉사의 경우 여러 명이 한팀을 이뤄야 하는 데 비해 미용봉사는 혼자서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2002년부터 미용기술 '독학'에 들어갔다.


환자 진료 후 매일 오후 7~10시 미용수업에 매달린 유 원장에게 최대 복병은 평생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메이크업이었다.


잡지에서 여자 얼굴을 복사해 다시 색연필로 그리는 연습을 하는 등 1년여간의 노력 끝에 지난해 6월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그는 우선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는 것으로 미용사 일을 시작했다.


매달 두 번째 일요일마다 서초구 보건소에서 미용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유 원장은 중국,필리핀,방글라데시 노동자들도 단골손님으로 확보했다.


그는 "고정관념을 깨야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미용일을 하러 나설 때는 머리도 세우고 귀걸이도 하고 저 자신도 자유로워진답니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