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우수 중소기업] 기술력 대기업 능가 '작은거인'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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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아주 작은 구멍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작은 말목이 필요하다.
그런데 큰 나무로 이 구멍을 막으려면 나무를 쪼개서 끝을 뾰족하게 민드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다시 말해 큰 나무로 작은 구멍을 막으려면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더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는 국가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라 경제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렸을 때 이를 한시바삐 막아야 한다면 중소기업이 이를 막아줘야 한다.
대기업이 그곳을 메우려면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더 들어간다.
이것이 중소기업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서울에 있는 헤투스메탈은 너트(나사)를 만드는 업체다.
이 회사가 만드는 너트는 정말 좁쌀알만큼 작다.
이 너트는 작기 때문에 비싸다.
왜냐하면 이 너트는 수술용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등으로 두개골이 부서지거나 턱뼈가 깨졌을 때 이 너트를 활용해서 뼈와 뼈를 연결시킨다.
너트가 두개골에 박혀 있어도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너트의 크기가 작을수록 좋다.
이 너트를 이른바 '007가방'에 가득 넣으면 1억원어치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 부품이야말로 작기 때문에 비싸고 작기 때문에 많은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현상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똑같은 액수로 투자한다면 어느 쪽이 생산성이 높을까.
이는 양쪽의 생산성 지표를 서로 비교해봐야 할 것이다.
먼저 설비투자 효율부터 살펴보자.지난 2004년 말 중기청이 내놓은 중소기업 경영지표 분석을 보면 설비투자 효율이 대기업의 경우 52.67%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73.97%로 무려 21.3%포인트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효율이란 투자설비(유형자산)에 대한 영업이익률을 말하는데,이 비율이 중소기업이 더 높다는 것이다.
총자본에 대한 부가가치 창출 비율을 나타내는 총자본투자 효율도 대기업의 경우 22.55%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30.52%로 약 8%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소득분배율도 대기업은 40.43%이나 중소기업은 65.25%로 높았다.
여기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선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대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대기업을 선호하는 풍토가 여전하다.
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 때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중요성을 가르친다.
중소기업자들의 창업정신을 강조한다.
일본의 교과서도 중소기업의 부품 공급과 대기업의 조립생산 간의 협력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사회 교과서는 환경오염,인간 소외 등 선업발전의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고,기업가의 역할과 창업정신에 대한 서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한국경제신문은 규모 면에서 대기업보다 작지만 생산성 측면에서 대기업을 능가하는 경쟁력 우수 기업을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형지어패럴은 남성복 브랜드인 크로커다일 브랜드를 여성복에 적용시켜 경쟁력을 크게 높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일반 대기업들과 달리 백화점을 통하지 않고 대리점 중심의 다점포 전략을 채택해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서울대 패션신소재연구센터와 기술 제휴를 통해 고기능성 섬유 소재를 개발하고 남들이 뛰어들지 않는 30∼40대 여성 캐주얼시장에 진입해 국내 패션업계의 작은 거인으로 자리잡았다.
경쟁력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도원디테크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기업보다 경쟁력이 높았다.
먼저 D-패스트트랙이라는 초고속 건설 공법을 개발,거대 기업들보다 높은 생산성을 확보했다.
또 한국에 진출하는 선진국 기업의 첨단공장을 지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 생산성을 높였다.
리버샌드 더존SNS 등도 규모는 작지만 대기업보다 경쟁력이 강한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