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을 언급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취임사 취지에 따라 과거 시국ㆍ공안사건의 판결문을 수집해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전국 주요 법원에 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법원 행정처는 공문에서 사건명이 긴급조치법, 국가보안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화염병처벌법 등이거나 판결문에 `민주'나 `독재'라는 단어가 들어간 1972∼1989년 사이 판결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 행정처는 또 일부 판결문이 소실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소실된 판결문은 원본을 보관 중인 해당 검찰청에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그러나 판결문 전산화 작업이 상당 부분 완료된 대법원과 달리 하급심의 경우 1990년 이전 판결문의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판결문 수집에 상당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최근 연도부터 입수되는대로 우편으로 판결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 행정처는 판결문이 들어오면 이 대법원장의 뜻에 따라 당시 판결경향 등을 살펴본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분석하고 이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행정처 관계자는 "27일 협조공문을 발송했고 일부 법원에서 과거 판결문을 보내오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사방법 및 결과 공표 방식 등은 대법원장이 결정할 사항이어서 지금 단계에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26일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유신시절 등 암울한 시기의 사법부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당시 판결 경향에 대한 내부조사를 해서 적당한 시기에 발표하겠다"며 과거사 진상규명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사 재정리 방법과 관련, "재심, 인적 청산, 외부위원회 구성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재심은 판결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고 나머지 방법은 적절치 못하다"며 법원 행정처 송무국을 중심으로 한 내부조사에 무게를 뒀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