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패션업체들은 바코드를 이용해 상품관리를 한다. 모든 옷에는 꼬리표가 붙어 있고 이 꼬리표에는 제품 정보가 들어 있어,업체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재고관리와 유통·판매의 전 과정을 관리한다. 하지만 현 바코드 시스템은 사람이 일일이 스캐너를 들고 읽어 주는 과정이 필요해 효율이 떨어진다. 기성복 형태로 생산되는 의류는 원단,복종,디자인,컬러,패턴 등에 따라 다양한 조합으로 수천,수만가지 상품이 생겨난다. 따라서 만들어 진 옷을 물류센터에 집어 넣고 뺄 때,출고하여 매장별로 분류할 때,매장의 판매시점에서 매출을 등록시킬 때 등 생산 유통의 단계마다 하나하나 인식기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등록하는 수고를 면할 길이 없다. 그러나 '바코드 붙은 꼬리표'가 상품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입력되어 있는 'RFID 전자칩'으로 대체된다면 이러한 작업이 필요 없어져 엄청난 생산성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소비자 개성의 다양화로 점차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가고 있는 패션·의류업계는 그 어느 분야보다 RFID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RFID 시범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일모직은 '의류 공급체인의 효율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업계를 리드해 나가는 셈이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사내에 RFID연구회를 출범시켰다. 연구회를 통해 이 기술의 도입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삼성SDS와 손잡고 RFID시스템을 제조공장,물류센터,판매매장 모두에 일괄 도입하기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한편,이를 위한 실질적인 투자도 시작했다. 지영만 제일모직 상무는 "현재 계획하고 있는대로 RFID시스템이 범용화되면 물류시스템의 혁신은 물론이고,표준화된 전자거래 체제를 마련하는 장점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제일모직은 '매장 대형화''브랜드 복합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일모직의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국내 의류산업에서 하나의 '표준기술'이 될 전망이다. 현재 섬유·의류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제조업 총 생산액의 6.7%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종업원 수 비율은 전체 제조업의 13.3%나 달한다. 아직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노동집약구조여서 RFID시스템이 도입되면 생산성 향상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패션업체들도 앞다투어 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경쟁에 나선 상태다. '베네통''프라다''막스 앤 스펜서' 등 세계적으로도 손꼽는 패션 기업들은 RFID시스템을 시험 적용하는 단계까지 기술개발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의류 공급망의 효율화를 위한 RFID시스템의 '국제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