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역삼동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내린 회사원 이찬우씨(30)는 7번 출구를 통해 역을 빠져나오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대리석 바닥에 대리석 의자.현대적 디자인의 인테리어와 커피숍 레스토랑 등 각종 편의 시설들이 마치 뉴욕의 초호화 오피스 빌딩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역삼역과 GS타워(옛 LG강남타워)를 잇는 연결통로인 GS타워홀.GS그룹이 지난해 그룹 출범 후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GS타워를 찾는 고객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해낸 아이디어다.


이 공간은 건물 외부 지상 1층의 선큰가든과 연계,소규모 공연 행사도 열어 문화와 휴식의 공간으로 개방될 예정이다.


이렇게 회사 주변 공간을 일반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나 문화 휴식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회사 주변을 명소로 만들어 기업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시민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0월1일 청계천 개통을 앞두고 SK㈜ 총무팀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계천을 끼고 있는 SK 서린동 사옥을 청계천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우선 1일부터 9일까지 이 건물 지하 1층 분수대가 있는 광장(선큰가든)에 여러개의 어항을 설치해 민물고기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전시회 기간 중에는 파라솔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같은 기간 건물 1층 외부의 휴식공간(벤치가 있는 공간)에는 각종 꽃도 전시하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우선 이 같은 이벤트를 통해 SK사옥을 청계천 주변 명소 중 하나로 홍보한 후 중장기적으로 청계천과 SK사옥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주변 활용 마케팅'이 서울 본사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지방 사업장에서도 지역 주민들을 위해 기꺼이 공간을 내놓는 공장들이 많다.


기아자동차 경기 화성 사업장은 공장 근처에 1만2000평(5층) 규모의 스포츠센터를 11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수영장 헬스장 볼링장 농구장 등 각종 체육시설을 구비하고 있는 이 스포츠센터는 당초 직원용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해 주민들에게도 개방키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 정문 맞은 편에 '현대예술공원'을 조성해 울산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분수와 작은 언덕이 있어 시민들이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정자와 문화공연 시설도 갖춰 놓았다.


또 울산시내에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부지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 주차장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강동구장이라는 잔디 축구장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