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초근접 전투' 납품업체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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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안산점 한병문 점장(부장)은 매일 아침 신문을 보기 전에 전단지부터 살핀다.
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경쟁점 홈플러스의 가격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한 점장뿐 아니다.
상품별로 직원들은 매일 경쟁점에 들어가 가격을 점검한다.
혹시 밤새 가격을 내린 게 없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오픈일인 지난 8일에는 7800원으로 홍보한 캠벨포도 1박스를 오후에 6800원으로 내리기도 했다.
경쟁점이 같은 품질의 포도를 7700원에 팔고 있었기 때문.다음날 홈플러스도 개장하자마자 포도가격을 6800원으로 덩달아 낮췄다.
매장면적 1000평 이상 할인점이 300개를 넘어서면서 경쟁점을 코 앞에 둔 '초근접 점포'가 속출,할인점 간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주로 후발업체가 가격을 내리면 경쟁점이 따라 내리거나 더 내려 다시 경쟁사를 자극하는 이른바 가격 도미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할인점들은 납품업체들과 가격인하 부담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할인점은 가격투자비라는 별도의 예산까지 마련,가격할인에 활용하고 있다.
서울 강서지역에서는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맞붙었다.
홈플러스 강서점이 기존 이마트 가양점에서 1km 떨어진 지점에 이달 초 문을 열고 경쟁에 들어갔다.
이 곳은 반경 2km 안에 까르푸 그랜드마트(강서점,화곡점) 등도 포진하고 있어 하반기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홈플러스 강서점 박종규 부장은 "매주 수요일 500가지 품목에 대해 경쟁점 가격을 조사해 더 비싼 상품은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문 이마트 가양점장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화장지 라면 분유 새우깡 같은 상품은 경쟁점 오픈 이후 일제히 가격을 내렸다"며 노래방 새우깡은 1봉지 1880원에서 1760원으로,남양 마더스 오가닉 분유는 기존 2만2300원에서 1만8950원으로 조정했다고 소개했다.
할인점 간 경쟁으로 지역 소비자들은 좋은 서비스를 받고 있으나 납품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중소업체들은 마진을 거의 남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용품 업체 영업담당 P전무는 "최근 수원 안산 등 수도권과 서울 강서지역,지방의 순천 등지에서 할인점 간 경쟁이 치열해 납품업체들이 역마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