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헤지펀드 전성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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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헤지펀드가 새로운 유망 투자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펀드 규모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익률도 높아 보수적인 투자로 일관해왔던 일본 연·기금들도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일본의 헤지펀드 자산은 2000년 이후 연평균 35%씩 증가해 현재 21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익률도 올 들어 8개월간 7.5%에 달해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지역 펀드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26일자)는 "일본의 고령화 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연금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연·기금들이 투자 수익률을 높여야 재정에 안정을 기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일본의 헤지펀드 시장 동향을 소개했다.
◆성장하는 일본 헤지펀드시장
헤지펀드 조사업체인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헤지펀드는 현재 607개로 약 7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의 헤지펀드 회사들은 이 가운데 30%인 210억달러의 운용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수익률도 높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7.5%의 수익률을 올려 미국 등 북미지역 헤지펀드(3.61%)와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지역 펀드(5.65%)보다 훨씬 높은 실적을 올렸다.
올해 연간으로는 10% 안팎의 수익률로 작년 수준(9.51%)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거액 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대형 헤지펀드인 타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작년에 좋은 실적을 거둔 수석 운용책임자에게 연봉과 보너스를 합해 1억달러를 지급했다.
이 책임자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낸 봉급생활자로 기록됐다.
◆연기금 투자 크게 늘 듯
전통적으로 일본 보험회사와 연금회사들은 리스크가 낮은 회사채나 국채에 주로 투자하는 등 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해 왔다.
그러나 일본 국채 수익률이 연 1%대 초반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데다 앞으로 일본 경제가 더 좋아지면 금리가 올라갈(채권값 하락) 가능성이 높아 이들은 수익성이 높은 새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
특히 연금펀드들은 일본의 노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연금 수급자가 늘어나고 있어 더 많은 수익을 내야할 처지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로 눈을 돌리는 연·기금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오조 애셋 매니지먼트의 기쿠치 마코토 사장은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연·기금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은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헤지펀드에 투자하는'펀드오브펀드'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약 2000억달러의 자산 가운데 2% 정도를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스미토모생명의 야수다 노부키 펀드매니저는 "우리는 펀드오브펀드를 헤지펀드 투자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금까지 극도로 보수적인 투자만 해왔던 공공연금들도 재정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대안 투자처를 찾고 있어 헤지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부연금투자펀드의 투자담당자인 노보루 테라다씨는 "정부 연금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헤지펀드 투자를 늘려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공공연금의 자산은 1조300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이 자산의 1~2%만 헤지펀드로 유입되더라도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위크는 "일본에서는 허가절차가 복잡하고 세금도 무거워 많은 헤지펀드 업체들이 싱가포르나 홍콩 등에 본사를 두고 영업하고 있다"며 "앞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정치에 따라 각종 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상돼 일본에서 헤지펀드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