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떻게 변해요.저는 안 변해요."(석중)


"변해요 사랑… 세상에 안 변하는게 어딨어."(은하)


박진표 감독의 멜로영화 '너는 내 운명'은 두 주인공의 대사가 암시하듯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기 어려운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석중(황정민)은 순박한 목축업자이고 은하(전도연)는 에이즈에 걸린 창녀다.


은하를 사랑하는 것은 석중에게 죽음의 선고와도 같다.


완전한 희생을 담보로 한 헌신적인 남자의 순애보라 할 수 있다.


난파선에서 여인을 위해 희생하는 남자를 그린 할리우드영화 '타이타닉',죽은 남편이 살아있는 아내에게 애틋한 연서를 보내왔던 한국영화 '편지',치매에 걸린 여인에 대한 사랑이 이야기 '내 머리속의 지우개' 등에서 남자의 지순한 사랑을 받는 대상은 정숙한 여인들이었다.


할리우드영화 '프리티 우먼'에서도 여주인공은 창녀였지만 적어도 에이즈 환자는 아니었다.


'너는 내 운명'은 극단적인 캐릭터를 내세워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한다.


석중은 사랑의 반대말이 죽음이라고 여기는 순수한 인물이다.


그의 음독 자살기도는 이별(사랑의 상실)이 곧 죽음이란 의미다.


반면 은하는 사랑의 상대를 매일 바꾸는 창녀다.


감독은 두 사람 사이에 에이즈보다 높은 장애물을 설정해 우리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은하에 대한 사법적 배타성,그녀를 따돌리는 동료 창녀들,석중에 대한 가족 친지들의 외면,비극적인 사랑을 돈벌이로 여기는 세태 등을 통해 사회적 편견을 비판하고 있다.


그렇지만 해피엔드를 예견케하는 복선들이 몇 군데 깔려 있다.


이로 인해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월드컵 축구경기 중 한국팀이 골을 넣은 장면이 방송되는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이 '대한민국'을 열창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근엄한 교도소 접견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석중이 환기통을 뜯어내고 손을 들이 밀어 은하의 손을 붙드는 장면은 사뭇 감동적이다.


두 연인을 뜯어 말리는 교도관들의 모습은 우리사회의 편견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23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