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국 미국 뉴욕주 변호사(43)는 국내 최대 규모인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72홀)이 완전 개장하는 다음 달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곳에서 골프를 치려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공들인 자신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
자신이 자문을 해온 ㈜클럽폴라리스가 골프장 개발 사업권을 따낸 후 코스 설계 문제로 외국계 회사와 분쟁을 벌이고 있을 때 긴급 소방수로 투입된 것.
문 변호사는 이 분쟁을 무난히 해결해 골프장 건설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하나은행 등에서 공사 자금을 조달할 때도 십분 능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부동산 개발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는 부지 확보와 자금 조달에 직접 참여한 영종도 골프장 사업은 그야말로 문 변호사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분쟁해결 능력과 사업수완 때문인지 문 변호사는 10월부터 본격 시작되는 서울 한남동 단국대 부지 개발사업에도 참여하게 됐다.
문 변호사는 부동산 시행업자(디벨로퍼)들의 단순 법률대리인을 넘어서 동고동락하는 사업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재개발 또는 재건축 사업이나 토지 분쟁 등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많지만 문 변호사처럼 자금 조달부터 토지 매입과 건물 시공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개발 전 과정에 걸쳐 사업 파트너로 일하는 변호사는 드물다.
과거 부동산 시행 사업은 두둑한 배짱으로만 밀어붙이면 됐으나 요즘은 사업성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때여서 그야말로 부동산 분야의 블루오션을 찾은 것이다.
문 변호사는 위기를 블루오션으로 연결시켰다.
미국 유학시절 때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에 관심이 많아 한국에서도 리츠 전문변호사로 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리츠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이 하나둘씩 없어지고 기업 구조조정용 부동산 매물이 줄어들면서 리츠 시장은 2002년부터 극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리츠를 비롯해 부동산 관련 일을 하다가 부동산 시행 업체들이 법률 서비스에 목말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문 변호사는 시행 업체들과 안면을 쌓으면서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그는 사업 한 건하고 이내 사라지는 일회용 시행사들을 배제했다.
그 대신 지속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시행사를 중심으로 인연을 맺어 나갔다.
그는 이들을 주축으로 작년 말 디벨로퍼협회를 창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협회의 유일한 고문 변호사가 됐다.
문 변호사는 '개발 프로젝트 인증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디벨로퍼협회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해 공신력 있는 평가를 내리는 작업이다.
수천개의 시행사 가운데 믿을 수 있는 시행사를 가려보자는 포석인 셈이다.
이를 통해 국내 시행사들이 외국에 진출토록 하겠다는 것이 문 변호사의 복안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시공 능력을 공인받고 있는 만큼 국내 시행사들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허가 과정이 까다로운 한국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으면 규제가 덜한 외국에서 성공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합니다."
글=정인설·사진=김병언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