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 등 미국계 중장기 투자자들이 지난달 증시 조정기에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외의 지역에 기반을 둔 펀드들이 대부분 매도 공세를 취한 것과는 달리 이들은 8개월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거래소시장에서 모두 7977억원어치(결제일 기준)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싱가포르 투자자들이 4161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영국(3041억원) 네덜란드(1794억원) 등 유럽계와 케이맨군도(764억원) 버뮤다(703억원) 등 조세회피 지역에 거점을 둔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 공세에 가세했다. 반면 미국계 투자자들은 지난달 629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이로써 이들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가며 모두 3조623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이 기간 전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금액(1조1807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외국인들 가운데 사실상 미국계 투자자들이 홀로 증시를 떠받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계 투자자들은 중장기 뮤추얼 펀드가 주력으로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럽이나 조세회피 지역 투자자들과 달리 기업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미국계 자금이 매수하는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계 대형 펀드들이 이달 들어 5% 이상 지분을 신규 취득하거나 보유 지분을 늘린 종목만 11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