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걸림돌' 사라지나..현정은 회장.리종혁 부위원장 곧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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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인사 문제로 불거진 현대그룹과 북한 간 갈등이 정부 중재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만남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북측이 15일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인 것.
양측의 갈등은 이에 따라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정은 회장과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만남에서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의 회동 날짜는 아직 협의된 바 없다고 현대측은 밝혔다.
북측은 이날 장관급 회담에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막을 뜻도 없다.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고 했다고 정 장관은 밝혔다.
이는 지난 12일 현 회장이 현대그룹 홈페이지에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선택하겠다.
대북 사업이 기로에 선 듯하다"는 글을 올린 이후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 나온 북측의 공식 입장이다.
북측이 정 장관의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더 이상 사태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현대측도 정 장관을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현 회장의 친서를 보내려는 시도를 하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해 온 터다.
하지만 현 회장과 리 부위원장의 만남을 통해 갈등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지는 미지수다.
물론 북측이 김 부회장의 복귀 요구를 철회하고 현대측은 김 부회장에게 일정한 역할을 맡기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 만남에서 북측이 김 부회장의 복귀를 강력히 다시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이날 북측이 정 장관에게 "정주영·정몽헌 회장이 북과 어렵게 개척한 사업이고 그 과정에서 김윤규 부회장의 공로가 컸다.
현대 내부의 문제로 실망했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하는 데 대한 현대측의 의지에도 회의했다"고 밝힌 데서 북한의 섭섭한 감정을 여실히 읽을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는 더욱 꼬일 수 있다.
현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중대 사항이기도 하지만 북측이 기업의 인사에까지 간섭한 전례를 만들 경우 민간 차원의 남북경협 사업은 더 이상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정부의 중재로 양측 간 대화가 이뤄지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 타협은 향후 남북 경협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이번 문제는 남북 공조를 얘기해 온 북측의 입장에 비춰도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과 원칙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도 "양측의 합의로 문제 없이 진행돼 온 사업이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로 차질을 빚은 데 대해서는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갈등이 경제협력 사업은 물론 남북관계 전체의 질서를 바로잡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