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의료보험 상품 상당수가 발생빈도가 높은 질환이나 수술을 보장항목에서 아예 제외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민간 의료보험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지만 민간보험을 들어도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진석 충북대 의대 교수는 14일 김헌수 순천향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등과 공동 발간한 '민간의료보험 실태와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보험개발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민간 의료보험 수입(우체국,농협 판매 상품 제외)은 2001년 4조2746억원에서 2004년 6조5679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 보험료 수입의 42.1%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민간 의료보험 상품 중 상당수는 자주 발생하는 질환을 보장항목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금 지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흔히 '중풍'으로 알려진 뇌졸중은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기타 사유로 나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3년 급여실적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한햇동안 뇌출혈 발생건수가 7만560건인데 비해 뇌경색은 28만4810건으로 4배에 달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경우 뇌혈관 질환에 대해 '뇌졸중'으로 진단되면 진단자금(1000만원)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2001년 하반기부터 '뇌출혈'로 바꿔 뇌경색 환자에 대해 진단자금을 주지 않고 있다. 빈도가 잦은 최신 수술에 대한 보험적용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 심혈관계질환 중 급성심근경색이 대표사례다. 한국심장재단이 2001년 이후 국내 65개 병원에서 이뤄진 심장혈관질환 수술을 조사한 결과 외과적 시술인 관상동맥우회술은 2001년 2710건에서 2003년 3240건으로 19.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내과적 시술인 관상동맹성형술은 2001년 1만9701건에서 2003년 3만5254건으로 78.9%나 급증했다. 하지만 보험상품 상당수가 관상동맥성형술시 관상동맥우회술의 10~20% 수준에 불과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교수는 "생명보험사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률은 2004년 현재 59.7%로 외국 민간보험 지급률 70~8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보험상품 약관이 의사가 봐도 어려울 만큼 복잡해 상품 간 비교가 불가능하고 소비자 선택에 따른 시장경쟁이 불가능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