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AIDS(에이즈) 박사'로 인정받는 울산대 의대 조영걸 교수(43)가 녹십자를 상대로 한 항소심 재판에서 이겨 실추된 명예를 회복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 25부(서기석 부장판사)는 9일 논문과 인터뷰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녹십자홀딩스가 낸 1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조 교수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에이즈 음성반응을 보였던 혈우병 환자 16명은 지난 91년 혈우병 환자들의 혈액을 응고시키기 위해 녹십자가 만든 '훽나인'이라는 약을 투약받은 뒤 집단적으로 에이즈에 감염됐다.


세계적 인명사전인 '마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에이즈 관련 우수 연구자로 등록돼 있는 조 교수는 지난 2001년 이 혈우병 환자들의 유전자 염기서열과 녹십자에 혈액을 판매한 에이즈 감염자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조 교수는 이 같은 결과를 담은 '에이즈 연구와 인간 레트로바이러스'라는 논문을 미국에서 발간하는 의학전문지에 게재했다.


이에 녹십자는 2002년 10월 조 교수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1심에선 녹십자에 혈액을 판 에이즈 환자들의 피 중 일부가 혈우병 약에 쓰였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조 교수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녹십자는 에이즈감염자인 김모씨의 혈액을 혈우병약 제조에 사용한 것을 인정했다"며 "게다가 에이즈 환자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에이즈 치료 및 예방 방법을 찾기 위한 목적에서 논문이 작성된 만큼 조 교수에게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녹십자측은 "이번 판결은 조 교수의 논문 내용을 입증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밝힌 것이 아니다"라며 "2심 재판 결과를 인정할 수 없어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