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회담을 갖고 민생 경제와 '대연정' 문제를 포함한 국정현안 전반을 폭넓게 논의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과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 솔직한 대화가 오고갔다고 전했다.노 대통령과 박 대표는 그러나 연정론과 민생 경제 현안 등을 놓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다음은 대화록 주요 내용. ◆민생안정과 경제활력 협력 방안 ▲박 대표=국민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경제를 살려 달라는 것이다. 민생 현장을 다니면 자영업자,택시,중소기업 등이 너무 장사가 안돼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한다. 국민에게 무슨 정치 얘기가 들어오나. 대통령이 연초에 국민에게 말한 대로 경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그러면 일자리가 늘고 국민이 희망을 가질 것이다. ▲노 대통령=국정의 첫 번째 관심은 경제다. 그러나 경제만 할 수 없고 다른 정책들을 얘기도 한다. 그 정책이 마음에 안 드는 분들이 왜 경제 어려운데 그거 하냐고 한다. 경제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첫 순위는 경제에 두고 있다. ▲박 대표=무엇보다 국민에게 세금,공과금 등 부담이 많아졌다. 2·4분기 국민소득이 제로였는데 세금이 오른다고 한다.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고 감세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유류세 인하,액화천연가스(LNG) 특소세 폐지 등 감세 법안을 냈다. 그러면 7조원 정도 세수가 준다. 또 하나는 기업가의 투자 의욕이다. 각종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 중소기업이 공장 설립할 때 인·허가 규제가 68개나 된다.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해 투자 대기자금 7조원을 풀게 해야 한다. ▲노 대통령=어떤 것은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고,또 이미 하고 있는 것이고,어떤 것은 사실과 다르다. 어떤 것은 의견이 다르고 어떤 것은 모순점이 있다. 회담인데 논쟁적인 것은 다른 기회를 만들어 얘기하자. ▲박 대표=세금을 올리지 않도록 해 달라. ▲노 대통령=7조원 감세안을 대표가 말했는데 금년도 세수 부족 분이 4조원이다. 내년에도 세수 부족이 예상되고 7조원을 감세하면 10조원의 예산이 감소돼야 하는데 깎을 조목을 정해 달라.한나라당이 총체적 위기,경제 파탄,민생 도탄이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너무 심한 표현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은 진정 지금이 경제 위기,파탄이라고 보는가. ▲박 대표=잠재성장률이 이런 식으로 떨어지면 장기 불황으로 가는 것 아닌가. ▲노 대통령=동의할 수 없으나 의견으로 존중한다. 좋은 지표도 있고 잘 관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 부동산 정책은 많이 보완돼야 한다. 공급이 부족해 값이 뛰는데 정부는 미니 신도시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 절대적 수요가 원하는 것은 인프라를 갖춘 대형 단지다. 보유세가 1%로 올라 부담을 느낀다. ▲노 대통령=종부세 대상자만 보유세 1%에 해당한다. 서민에게는 부담이 안 된다. 한나라당이 큰 틀에서 도와 달라. ◆상생과 타협 정치 ▲노 대통령=연정은 불쑥 말한 게 아니다. 훈수나 조언도 야당이 할 일이나 직접 한 번 담당하실 수 있지 않나. 민생 부문을 직접 맡아보라는 말이다. ▲박 대표=어제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연정 다음에 '다른 수가 있다'고 하는데 지향하는 바가 따로 있지 않느냐.한나라당은 너무 다르다. 비슷하고 노선이 있고 친화력이 있어야 연정을 할 수 있는데,이 경우 얼마나 많은 혼돈이 있겠느냐. ▲노 대통령=인식의 벽이 두터운 것은 국회에서 토론하자.나라 살림을 맡아보면 세금 깎자,지출 줄이자고 쉽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발 맡아서 서로 이해를 높이자는 것이다. ▲박 대표=권력은 국민이 부여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권력은 나눈다고 말할 수 없다. 힘들어도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노 대통령=생각을 뛰어넘자는 것이다. 경제 민생만 맡든지,국정을 다 한나라당이 맡아도 국정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지평과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이다. ▲박 대표=한나라당은 그런 식의 권력은 원치 않는다. ▲노 대통령=여소야대 정치구조는 고질적이다. 정치의 비효율,적대 정치를 넘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고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선거구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박 대표=지역구도는 선거구제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있어 지역감정은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 선거제도를 바꿀 게 아니라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노 대통령=균형발전에 힘쓰고 있다. 탕평정책에 노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은 호남당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전멸할 뻔 했는데 뜻밖에 이변이 있어 과반이 됐다. 부산에서 4~5석만 있어도 정치가 이렇게 삭막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 대표=여대야소 때 왜 말 하지 않았나. ▲노 대통령=계속했다. 국회에서 연설도 했다. 제왕적,지역구도 극복하자고 2003년에 호소했다. 필생 과업이다. 나의 정치 인생이 여기에 다 걸려 있다. ▲박 대표=대통령은 여소야대에서 힘들다며 연정을 제의했고,그 다음 선거구제 변경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뭘 원하나. ▲노 대통령=두 가지 모두다. ▲박 대표=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볼 때 중대선거구제나 독일식 비례대표제나 기본적으로 여대야소를 고착시키는 것이다. ▲노 대통령=민생경제 극복을 위해 거국내각,초당적 내각 하자는 것이다. ▲박 대표=더는 말씀 않기를 바란다. 오늘로 연정은 더 이상 꺼내지 않는 것으로 알겠다. 선거구제도를 바꿔 지역구도를 완화시킬 수 없다. 행정구역 개편도 상당히 좋은 안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