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내처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미국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미국 다우지수가 본격적인 상승기를 맞은 것은 1982년 초반.20여년간 짓눌렸던 마의 1000선을 돌파한 뒤 17년간 10배 이상 올랐다. 한국 증시도 마침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8년간 갇혀 있던 박스권 탈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한국 증시가 과거 미국 다우지수가 박스권을 깰 때와 매우 흡사하다고 분석한다. 증시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고 기업들의 체질이 개선되는 게 23년 전 미국 시장과 판박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향유했던 장기 대세 상승이 한국 시장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당시 미국과 현재 국내 증시의 공통 분모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기업의 변화다. 미국 기업은 당시 체질 개선에 성공해 가고 있었다. 1970년대 발생한 두 차례의 오일 쇼크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일본 기업에 내몰렸던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다시 살아났다.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 선을 넘어섰다. 주주들에 대한 배당이 늘어나 배당성향 증가율이 영업이익 증가율을 앞지른 것도 이때다. 이는 한국 기업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12월 결산법인의 자기자본이익률은 1997년 -1.97%에서 2002년 10.18%로 10%대를 넘어선 뒤 2004년 15.21%로 높아졌다. 고배당 정책을 펴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당시 미국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간접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똑같다. 미국은 1983년 퇴직연금(401K) 제도를 도입했다. 기관의 파워가 커지면서 간접 투자가 본격화됐다. 한국 증시에서는 작년부터 적립식 펀드가 붐을 일으키며 간접투자 붐이 일고 있다. 매월 소액을 납부하는 형식이어서 일과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연말에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다. 미국 증시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고 가고 있는 셈이다. 증시 주변 환경도 매우 흡사하다. 미국은 80년 초반 연 14%에 달했던 국채 금리가 83년께 4% 선까지 떨어졌다. 한국 역시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금리 상태다. 일각에서는 인구 구성 측면에서 봐도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만엔 선에서 3만9000엔 선까지 급등했던 1980년대는 1948년 전후 태어난 이른바 '단카이(베이비붐) 세대'가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된 시기이고 미국도 1946~60년대 초반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주력 세대가 된 1990년대 이후 주가 상승이 더 가팔라졌다. 한국도 1955~60년 초반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2000년 들어 40대로 부상하면서 노후 대비를 위해 주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