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산업 헷갈린 공시 ‥ 소액 투자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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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대주주가 말 바꾸기를 하는 바람에 결국 소액주주만 골탕을 먹은 셈입니다."
최근 3개월간 주가가 20배나 뛴 동서산업에 투자했던 한 개인투자자의 말이다.
동서산업이 처음에는 상장폐지를 거론하며 소액주주의 주식을 거둬들이더니 나중에 무상증자 등 호재성 재료를 내놓아 결국 대주주만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이다.
실제 동서산업은 지난 1월 소액주주 보유주식을 주당 1만1500원에 공개매수했다.
당시 공개매수 목적에 대해선 "소액주주의 환금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적정 수준의 공개매수가 이뤄질 경우 상장폐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소액주주가 회사측에 주식을 팔았고 그 결과 소액주주 지분은 40.42%에서 23.66%로 감소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UTC인베스트먼트와 특수관계인(자사주 포함)의 지분은 59.58%에서 76.34%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후 동서산업의 행보는 상장폐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동서산업은 3월 초 대주주의 요청이라며 주당 1만1500원에 대규모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측의 지분은 95.20%로 늘어났다.
거래소 상장 규정상 당시 대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상장폐지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서산업은 6월 초 "자사주(206만9744주,지분율 81.12%) 무상소각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고 이후 주가는 3개월 만에 20만원대로 올라섰다.
또 8월 말에는 상장폐지를 막겠다며 기존 주식 1주당 11주를 배정하는 대규모 무상증자를 결의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의 대주주는 작년 11월 동서산업 인수에 쓴 1200억원을 빼고도 500억원 이상(7일 종가기준)의 평가이익을 얻었을 뿐 아니라 보유지분도 늘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반면 회사측 말을 믿고 공개매수에 응한 소액주주들은 '왕따'를 당하며 쓴 입맛만 다셨다.
이에 대해 동서산업은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자사주 소각을 검토했으나 무산됐다"며 "말 바꾸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