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집을 잃은 미국 이재민수가 사상 최대인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미 행정부는 이들이 살 집을 마련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피해가 가장 큰 뉴올리언스의 경우 본격적인 복구작업에 1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어서 이재민 주거 대책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특히 미 연방정부로선 늑장 대응 등 여론의 비난이 거세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형편이지만 임시 수용시설을 건립할 경우 지역사회와 격리된 우범지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어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로이터통신은 대부분 흑인인 이재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엄두를 못 내고 있어 과거 1940~70년대 흑인들이 남부지역에서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 산업도시로 대거 이주했던 '흑인 대이동(Great Migration)'의 역사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6일 보도했다. ◆주거대책 아이디어 백출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1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재민들의 임시 보금자리를 단기간에 마련하는 일은 사회문제를 넘어 도시공학적으로도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브래드 가이어 미 연방재난관리청장은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대책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재난관리청은 우선 '유람선'을 고려하고 있다. 바다나 강위에 떠 있는 유람선에 이재민을 수용하면 땅을 확보할 걱정이 없다는 점에서다. 이를 위해 재난관리청은 1차로 마이애미에 있는 카니발크루즈사가 보유한 3척의 유람선을 6개월간 임차하기로 했다. 총 수용 인원은 7000명가량이다. 주거용 자동차라 할 수 있는 모바일홈(mobile home)도 대안이다. 재난관리청은 이미 모바일홈 제조업체들에 여행용 트레일러 5만개와 모바일홈 수만개를 발주했다. 모바일홈 제조업체인 스튜어트파크홈즈의 마크 윌리엄스 사장은 "부품공급업체들과 생산계획을 세우느라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며 납기를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모바일홈은 4인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부엌과 침실 욕실 거실 등을 갖추고 있다. 집에 여유 공간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재민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주기를 권유하는 '허리케인하우징닷오르그' 같은 웹사이트들도 등장하고 있다. 뉴햄프셔주의 한 농민은 자기 집까지 올 수 있는 항공편과 일자리까지 마련해주겠다는 글도 올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재난관리청은 이 밖에 폐 컨테이너를 임시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흑인대이동 전망 로이터통신은 주로 흑인인 이재민들은 대부분 주택보험에 들지 않아 고향 뉴올리언스로 돌아가더라도 집을 장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이 외지에 새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면 20세기 중반의 '흑인 대이동' 이래 최대 규모의 미국 내 흑인 이주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흑인 상원의원인 배럭 오바머는 "뉴올리언스에 사는 30만~40만명의 흑인 가운데 상당수가 저임금 근로자"라며 "이들은 뉴올리언스 재건을 1~2년씩 기다릴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민들은 하루 빨리 일자리와 살 집을 찾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60%가 흑인이었던 뉴올리언스의 인구통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민 현황 미 국토안보부는 16개 주에 분산 수용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재민은 6일 현재 총 27만3600여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재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주는 피해지역과 인접한 텍사스주로 12만7000명에 이른다. 또 5만여명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입은 루이지애나 지역의 임시 대피시설에 수용돼 있으며 아칸소주 임시 거처에도 이재민 5만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카트리나 이재민을 수용 중인 8개 주를 연방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비상사태 선포지역에 추가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