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 안에서도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처음으로 야외 시연회가 열린 것.그동안 실험실 등에서 와이브로 테스트는 수차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거리를 달리는 차량에서 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와이브로는 내년 상반기 중 KT와 SK텔레콤이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와이브로 장비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삼성 4G 포럼 2005'의 주요 행사로 이번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시연을 통해 와이브로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시속 120km로 달리면서 인터넷을 즐긴다


와이브로 시연 구간은 제주신라호텔∼중문관광안내소∼제주컨벤션센터를 잇는 왕복 5km 구간이었다.


시연 차량은 15인승 미니버스.시연에 앞서 호텔에서 삼성전자 기술팀의 설명을 들었다.


"시연 구간에 1개 통제국(ACR)과 2개 기지국(RAS)을 설치했습니다. 시연 차량이 기지국을 지나 가면서 끊김 없이 인터넷이 연결될 것입니다. 시속 120km로 달려도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시연 구간이 속도제한구역이어서 시속 80km로 달리겠습니다."


시연 차량에 오르자 도시락만한 '와이브로 터미널'이 노트북PC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터미널은 오는 11월까지 획기적으로 작아진다고 한다.


노트북에 끼우는 PCMCIA카드 또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손톱만한 칩으로 개발될 것이라는 게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3개의 작업창을 동시에 띄워 작업한다


와이브로 터미널이 연결된 노트북 화면에는 3개의 작업창이 떠 있었다.


하나는 '삼성 4G 포럼'에서 세계 각국 통신회사의 기술담당 임원들이 세미나를 하는 실황중계 장면이다.


화상통화가 가능한 MSN메신저 창,기지국과의 연결 상태를 보여주는 창도 눈에 띄었다.


시연 차량이 호텔을 떠나 중문관광안내소로 향했다.


시속 80km로 달렸다.


그런데도 세미나 실황은 흔들림 없이 깨끗한 화면으로 중계됐다.


'리얼타임 스트리밍' 화면인 데도 저장한 동영상 파일을 윈도 미디어플레이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송속도가 궁금했다.


와이브로의 최대 속도는 가입자가 내려받을 경우 초당 10메가비트(Mbps)이다.


그런데 시연 화면에 속도가 초당 1.4∼1.7메가비트로 표시됐다.


안내자는 "3개 작업창을 모두 더해 초당 평균 1.5메가비트 속도가 나옵니다. 10메가비트는 이론상 최고 속도입니다"고 설명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현재 가정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는 실제로는 초당 500킬로비트(Kbps) 안팎에 불과하다.


◆기지국 셀 간 '핸드오프' 성공했다


시연 차량이 호텔을 벗어나 중문관광안내소에 이르렀다.


이때 안내자는 쉬리언덕에 있는 진행요원과 화상통화를 했다.


MSN메신저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진행요원은 "안녕하십니까"라며 안내자에게 인사말을 건넨다.


화면이 다소 흐려 보였지만 "와이브로 전용 프로그램이 아닌 MSN메신저로 화상통화를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안내자는 설명했다.


제주컨벤션센터에 다다르자 드디어 '핸드오프' 현상이 나타났다.


핸드오프는 원래 단말기와 연결되는 기지국이 바뀌는 현상이다.


"오늘 보여드리는 핸드오프는 기지국 장비 안에 있는 A셀에서 B셀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인터넷이 잠깐 끊겼다 다시 연결되지만 이용자는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안내자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연결 상태를 표시한 노트북 화면 작업창의 '셀 식별번호(ID)'가 '7번'에서 '5번'으로 바뀌었다.


전송속도를 나타내는 선 그래프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 곧바로 1.5Mbps를 가리켰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느끼지도 못했다.


세미나 실황도 자연스럽게 중계됐고,MSN메신저 화상통화도 끊기지 않았다.


제주컨벤션센터를 돌아 제주신라호텔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안내자가 "미국의 CNN 인터넷 사이트를 접속해 제주도의 날씨를 알아보겠습니다"며 사이트에 들어갔다.


제주도의 현재 기온이 섭씨 23도라는 점을 확인했다.


서귀포=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