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을 지적하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폭락이 다른 아시아 통화 약세를 불러 아시아 외환위기로 확대되는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경계론이다. 실제 대만 싱가포르 등의 통화가 최근 최저치를 경신하는 동반약세를 나타내고 있어 이 같은 우려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들은 인도네시아보다도 원유수입 비중이 높아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통화 가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1997~1998년 때와 같은 아시아 통화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 제2의 외환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충분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대외지급 불능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루피아화는 31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전날 한때 달러당 1만800루피아까지 폭락했다가 금리인상 소식으로 1만285루피아까지 회복됐던 루피아화 가치는 이날 다시 약세로 돌아서 달러당 1만450~1만500루피아에 거래됐다. 현재 루피아화는 연초 대비 12% 이상 하락한 상태다. 대만 달러 역시 하락세를 지속,30일 달러당 32.65대만달러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31일에도 32.7달러대에서 거래됐다. 대만달러는 고점이었던 지난 3월10일 대비 6% 하락(환율 상승)했다. 싱가포르 달러도 31일 달러당 1.68싱가포르달러 안팎에서 거래돼 6주 만에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일본 엔화도 달러당 111.3엔 내외에서 매매돼 지난 9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도네시아의 금리인상 효과가 하루 만에 사라지고 다시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지속하자 금융위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젠은 "고유가와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아시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영향이 경제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됐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UBS의 이머징마켓 스트래티지스트인 대런 리드는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경상수지가 적자이거나 흑자 폭이 적은 태국 필리핀 인도 등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루피아화 폭락의 주 요인은 인도네시아에만 있는 에너지 보조금 제도라고 지적,다른 나라로 위기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크리스티 탠은 "인도네시아는 에너지 보조금 제도에도 불구,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어 대외지급 불능에 빠질 상황은 아니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보유외환이 풍부해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